영장에 ‘피의자 문재인’ 적시한 검찰…야권 “정치 보복”
검찰, 문 전 대통령 전 사위 특혜 채용 의혹 관련 압수수색 나서
민주당 “김건희 여사가 명품백 받아도 ‘감사의 표시’라더니…”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전 사위 서모 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수사를 둘러싼 정치권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의 딸 다혜 씨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한 것을 두고 야당에선 ‘정치 보복’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1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전주지검 형사3부(한연규 부장검사)는 지난달 30일 다혜 씨의 서울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수색영장에 문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 피의자로 적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혜 씨의 전 남편 서 씨는 2018년 이상직 전 국회의원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에 오른 이후, 이 전 의원이 설립한 태국계 저비용 항공사인 타이이스타젯에 전무이사로 취업해 논란이 일었다. 서 씨는 과거 게임 회사에서 근무한 적은 있으나 항공업계 실무를 맡은 경험이 없어 설립 초기 실적이 빈약한 항공사의 석연치 않은 임원 채용 문제를 두고 안팎에서 잡음이 나왔다.
검찰은 서 씨가 과거 타이이스타젯 임원으로 근무하며 받은 급여 등 2억 원 이상이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 성격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검찰은 수사 초기 이 사건을 ‘항공사 배임·횡령’ 사건 등으로 칭했으나 최근에는 ‘항공사 특혜 채용 및 전직 대통령 자녀 해외 이주 지원 사건’으로 명명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검찰의 이번 압수수색을 정치 보복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1일 브리핑에서 “정권이 위기일 때마다 국면 전환용 정치보복 수사를 반복해 온 정치 검찰의 병이 또 도졌다”고 비판했다. 황 대변인은 “김건희 여사가 명품백을 받아도 ‘감사의 표시’라며 수백만 원씩 뇌물을 턱턱 받아도 되는 세상을 만들더니, 문 전 대통령에겐 다 큰 성인 딸에 생활비를 안 줬으면 그 돈 만큼 뇌물이라는 해괴망측한 궤변을 뒤집어 씌운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의원을 비롯한 문재인 정부 청와대·내각 출신 민주당 의원 37명도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임 대통령에 대한 억지 정치 보복을 중단하라. 부질없고 부정의한 칼춤을 당장 멈추라”라고 촉구했다. 윤 의원은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회견 전 문 전 대통령과 소통했는지에 대해 “실무 차원에서 양산 평산마을 비서실에 보고했고 문 전 대통령은 특별한 말씀을 주진 않았다. 다만 그 마음을 헤아리건대 대단히 안타까워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전했다.
문재인 정부 국정원장 출신의 박지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는 속담이 있다. 당신을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으로 ‘벼락출세’ 시켜준 분에 대해 어떻게 저렇게 보복 수사를 할까”라고 적었다. 민주당에선 이재명 대표도 31일 SNS에 올린 글에 “전 정권에 보복하고 야당을 탄압한다고 해서 민생이 나아지지도, 국면이 전환되지도 않을 것임을 명심하라”며 “정치보복을 단호히 배척한다”고 적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도 1일 SNS를 통해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의 초등학생 손자의 아이패드를 압수해갔다”며 “(검찰은)내 딸의 중학생 시절 일기장도 압수해갔었다”고 비판했다. 조 대표는 “검찰에게 묻는다. 김건희 박사의 경우 수첩 하나라도 챙겼는가”라며 “털끝 하나라도 건드렸는가”라고 지적했다.
반면 여권에선 검찰 수사가 ‘국민적 의혹’에 대한 수사라는 반응을 보였다. 국민의힘 정광재 대변인은 31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수사를) 정치보복 프레임으로 보기보다는 국민적 의혹 있는 곳에 대해서는 누구든 수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정 대변인은 “민주당과 야당은 항상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다혜 씨 역시 법 앞에 평등해야 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