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발언부터 ‘사법 리스크’ ‘계엄령’ 언급 신경전…정치 복원은 일부 공감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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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이재명 첫 회담서 기존 쟁점 두고 평행선 여전
한동훈 “민주당 탄핵 이 대표 판결 불복 빌드업” 직격
이재명 “계엄 선포 계획 이야기 있다” 재차 음모론 제기
회담 정례화 등에서 공감대…여야 ‘소통’에선 진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가 1일 오후 국회에서 채상병 특검법,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 등을 논의하는 여야 대표 회담을 마친 뒤 각자의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가 1일 오후 국회에서 채상병 특검법,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 등을 논의하는 여야 대표 회담을 마친 뒤 각자의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1일 국회에서 가진 첫 공식 양자회담에서 금융투자소득세 완화, 지구당 부활 등 일부 공감대를 보였을 뿐, 상당수 의제에서 시각 차를 드러냈다. 특히 ‘채 상병 특검법’, ‘전 국민 25만 원 지원법’ 등 기존 쟁점에 대한 두 사람의 평행선은 전혀 좁혀지지 않았다. ‘계엄’과 ‘독재’를 언급하는 이 대표의 발언에 한 대표가 ‘피식’ 웃는 모습이 포착되는 등 현 정국 상황에 대한 인식 차도 여전했다. 다만 두 사람은 이날 공통 공약 협의기구 구성에 합의하고 여야 대표 회담을 수시로 열기로 하는 등 ‘소통’ 측면에서는 일부 진전을 이뤘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 대표는 이날 회담 모두발언에서 양측의 ‘약점’을 파고드는 등 시작부터 적잖은 신경전을 예고했다. 한 대표는 13여분의 모두발언에서 민생, 정치개혁, 에너지 문제 등을 망라한 의견을 밝혔다. ‘개혁’은 총 8번, ‘민생’과 ‘격차’는 각각 7번 언급됐다. 한 대표는 “최근 이 대표를 수사한 검사에 대한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만장일치로 기각됐다”며 “이 대표와 민주당에 대한 수사나 기소에 관여한 검사들을 상대로 시리즈로 해 온 민주당의 탄핵은, 곧 예정된 이 대표에 대한 판결 결과에 불복하기 위한 빌드업으로 보는 분들이 많이 있다”고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정면 겨냥했다. 그러면서 “곧 나올 재판 결과들에 대해 국민의힘은 설령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선을 넘는 발언이나 공격을 자제하겠다”며 “민주당도 재판 불복 같은 건 생각하지 않으실 거라 기대한다. 무죄를 확신하고 계신 듯하니 더욱 그렇다”고 꼬집었다.

한 대표의 발언 동안 이 대표는 굳은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했으며, 검사 탄핵 관련 발언에서는 잠시 메모를 멈추고 숨을 들이쉬기도 했다.

이 대표는 19분간 공개 발언에서 한 대표가 제시한 ‘제3자 추천 방식 특검법’을 발의하고, 민생 회복 지원금에 대해 협조해달라고 촉구했다. 이 대표 역시 정부·여당을 겨냥해 ‘독재’를 언급하며 날을 세웠다. 이 대표는 “국회의원 특권 이야기도 중요하나, 상응하는 대통령 소추권에 대해서도 같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행정적 독재국가로 흐를 위험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이어 “계엄 해제를 국회가 요구하는 걸 막기 위해 계엄 선포와 동시에 국회 의원을 체포·구금하겠다는 계획을 꾸몄다는 이야기도 있다. 완벽한 독재국가 아닌가”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있지도 않고, 정부가 하지도 않을 계엄령을 주장하는 것은 비상식적인 거짓 정치 공세”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또 채 상병 특검법과 관련, 한 대표가 주장해 온 제3자 추천 방식 특검을 수용할 수 있다며 “이제 결단하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한 대표는 이 대표의 발언에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논의는 ‘제자리걸음’을 이어갔다. 민주당 측은 “각자 생각에 대해 확인하는 수준이었다”고 했고, 국민의힘은 “민주당에서 일방적으로 설정하는 기한에 맞춰 당 입장을 낼 수는 없었다”고 방어막을 쳤다.

두 대표는 이날 공식적으로는 회담 의제에서 제외한 의정 갈등을 두고도 논의를 벌였지만 합의를 이루지는 못했다. 민주당 측은 “책임자 문책과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해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국회 차원에서 대책을 논의하자는 성과를 내는 데 그쳤다”고 했고, 국민의힘은 “2025년 의대 증원에 대해서는 더 이상 논의할 수 없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선을 그었다.

여야 대표는 이날 ‘정치 개혁’, ‘정상 정치 복원’이라는 대의에는 큰 틀에서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대표는 “우리 두 사람이 정쟁의 중단을 대국적으로 선언하고 미래지향적이고 생산적인 정치개혁의 비전에 전격 합의했으면 한다”고 말했고, 이 대표 역시 “대화와 타협이 일상이 되는 정상적 정치 복원을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이어 두 사람은 비공개 회담에서 이 대표가 제안한 공통 공약 협의기구 구성에 합의했지만, 한 대표가 제안한 대표 회담 정례화는 ‘수시로 만나자’는 선에서 절충점을 찾았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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