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경기침체 탓 대형마트 '짠물' 추석 선물 대세
5만 원 미만 '가성비' 세트 인기
1만 원 김 선물 1~2위 휩쓸어
기업 경영환경 악화도 주원인
장기화하는 고물가와 경기 침체 속에 올해 대형마트에서 중저가 추석 선물세트 쏠림 현상이 더 심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지난달 2~29일 추석 선물세트 예약판매 실적을 분석한 결과 5만 원 미만 선물세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3% 증가했다. 이는 예약판매 전체 매출 증가율(2.6%)보다 높은 수치다.
반면 10만 원 이상 선물세트 매출은 6%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표적인 저가 선물세트 품목인 가공식품 외에 농축수산 세트도 5만 원 미만의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 좋은 상품이 인기를 끌었다.
실제 이마트가 운영하는 전체 선물세트 중에서 3만~5만 원 미만 가격대의 매출 증가율이 25%로 가장 높았다. 품목별로 보면 과일이 대부분인 농산 선물세트는 5만 원 미만 매출이 47%나 증가해 전체 농산 세트 매출을 견인했다.
전통적인 명절 선물세트 강자인 가공식품도 가성비가 선택 기준이 됐다. 5만 원 미만 세트 매출은 3.6% 증가한 반면에 5만~10만 원 미만 세트는 6% 감소했다. 올해 추석 선물세트 예약 판매의 전체 매출 1위도 3만 원대 식용유·조미료 세트가 차지했다.
롯데마트도 지난달 1~28일 추석 선물세트 예약 판매 매출이 약 5% 증가한 가운데 3만 원 미만 가격대 매출이 50%가량 급증해 가성비 선호 트렌드가 뚜렷했다. 3만~5만 원 미만 선물세트 매출은 5% 늘었고 5만~10만 원 미만과 10만 원 이상 가격대는 지난해와 비슷한 매출 증가율을 보였다.
특히 1만 원 미만의 김 선물세트는 수산 부문 판매량 1~2위를 모두 차지할 정도로 강세였다.
홈플러스에서도 ‘짠물’ 선물세트 구매 흐름이 두드러졌다. 지난 7월 25일부터 한 달간의 예약판매 실적을 보면 3만 원대 건강 선물세트 매출은 283% 급증했다. 2만~9만 원대 축산 세트와 1만~3만 원대 주류 세트 매출은 각각 37%, 50% 늘었다. 9000원대 양말 세트 매출이 47% 늘어난 것도 눈에 띈다.
유통업계에서는 가성비 명절 선물세트 판매 증가를 일선 기업의 경영 환경 악화와 연결 짓는 시각도 있다. 대내외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일선 기업이 선물세트 구매 예산을 줄이면서 가성비 선호 현상이 두드러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