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 어른’ 자립 카페, 불황에 결국 문 닫았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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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앞 몽실커피 지난달 폐점
보호 종료 아동 자립 돕는 카페
대학 상권 침체로 경영난 못 견뎌

지난달 31일 문을 닫은 부산대역 인근 자활 카페인 ‘몽실커피’. 부산일보DB 지난달 31일 문을 닫은 부산대역 인근 자활 카페인 ‘몽실커피’. 부산일보DB

부산 한 아동복지시설 출신 청년들이 후배 보호 종료 아동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개업한 카페(부산일보 2022년 10월 25일 자 8면 등 보도)가 부산대 상권 침체 등 불경기 속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금정구 부산도시철도 1호선 부산대역 인근 카페 ‘몽실커피’는 지난달 31일 영업을 종료했다고 1일 밝혔다. 카페는 보호 종료 아동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이자 홀로서기를 돕는 사회적 기업의 거점 공간으로 활용되던 곳이다. 보호 종료 아동들과 음식을 함께 만드는 ‘원 데이 클래스’, 자립 생활 관련 멘토링 등 프로그램 등을 진행했다.

몽실커피는 2022년 10월 1일 부산의 한 아동복지시설 출신 청년 셋이 함께 문을 연 카페다. 부산에서 선배 보호 종료 아동이 직접 팔을 걷고 나서 후배들의 자립을 지원하는 경우는 처음이라 더욱 뜻깊었다. 2022년 12월에는 김건희 여사가 직접 카페를 방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부산대 상권이 점차 무너지며 밤낮 없이 카페 운영에 매진해도 가게를 운영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올해 들어서는 상황이 급격히 나빠지며 매출도 절반 가까이 줄었다.

함께 카페를 운영했던 친구들도 뿔뿔이 흩어졌다. 이진희(30) 씨는 같은 아동복지시설 출신 청년 2명과 함께 처음 몽실커피를 열었다. 이 씨를 제외한 2명의 청년은 카페 운영과 다른 일을 병행하며 ‘투잡’으로 생계를 꾸려갔다. 올해부터는 카페 매출이 절반으로 떨어지며 인건비도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 되자 이 씨 혼자 카페를 운영하게 됐다. 결국 지난 6월 17일부터 두 달 넘는 장기 휴무 기간을 가진 후 지난달 31일 폐업을 결정했다.

지난달 31일 문을 닫은 부산대역 인근 자활 카페인 ‘몽실커피’. 부산일보DB 지난달 31일 문을 닫은 부산대역 인근 자활 카페인 ‘몽실커피’. 부산일보DB

이 씨는 부족한 점을 재정비해 다시 카페 운영에 나서겠다고 생각 중이다. 이 씨는 “카페 운영 취지에 공감한 분들이 해주시는 단체 주문에 대응할 수 있게 주방 설비가 잘 돼 있고 상권도 좋은 곳에서 가게를 다시 열고 싶다”며 “처음 카페를 운영해 본 만큼 제 미숙함도 있었을 것으로 생각하며 심기일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씨가 힘든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카페를 이어가고자 하는 까닭은 퇴소한 보호 종료 아동들이 편하게 만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랑방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동의대 사회복지학과 유동철 교수는 “좋은 의도로 시작한 카페가 상권 침체에 쓰러지지 않도록 사회적 기업으로 등록돼 인건비, 재료비 등을 일부 지원받으며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며 “부산시, 부산대 등도 몽실커피와 연계해 홍보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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