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출소 문 흔들어도 야간 근무자 ‘쿨쿨’… 하동 ‘순찰차 사망’ 여성 살릴 수 있었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경남경찰청 16명 문책성 인사
교대 대충하며 총체적 근무 태만

경남경찰청 관계자들이 하동 진교파출소에서 발생한 40대 여성 순찰차 사망 사건과 관련해 지난달 30일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사죄의 의미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 경남경찰청 제공 경남경찰청 관계자들이 하동 진교파출소에서 발생한 40대 여성 순찰차 사망 사건과 관련해 지난달 30일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사죄의 의미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 경남경찰청 제공

경남 하동군 진교파출소에 주차된 순찰차 안에서 40대 여성이 숨진 사건은 경찰의 ‘총체적인 근무 태만’으로 벌어졌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지체 장애 여성이 파출소를 배회하는데 야간 근무자들은 숙직실 등에서 숙면을 취하고 있었고, 이틀간 7번의 순찰차 운행 계획도 지켜지지 않아 결국 화를 불렀다.

1일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피해자 A 씨는 지난달 16일 오전 2시 12분 진교파출소를 방문해 현관문 앞에서 3분간 앉아 있다가 문을 세 차례 흔드는 모습이 CCTV 화면에 담겼다. 당시 파출소 야간 근무는 상황 근무와 대기 근무 2명씩 총 4명이 맡고 있었다.

당시 상황 근무자 2명은 파출소 2층 숙직실에서 쉬고 있었다. 대기 근무자 1명도 이들과 함께 휴식 중이었으며, 나머지 1명이 1층에 있었지만 이마저 회의실에서 쉬고 있어 인기척을 느끼지 못했다. ‘대기’는 정해진 장소에 휴식을 취하면 10분 내 출동이 가능하도록 준비하면 되지만, ‘상황’은 파출소 내에서 근무를 서야 한다. 경남청 관계자는 “4명 모두 잠자고 자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파출소로 들어가지 못한 A 씨는 결국 주차돼 있던 순찰차 ‘순 21호’로 들어갔다. 순찰차는 범죄자 도주를 막기 위해 뒷좌석에서 문을 열 수가 없으며 안전 칸막이도 처져 있어 앞좌석으로 이동하기도 어렵다. 때문에 A 씨는 순찰차 안에 그대로 갇히게 됐다.

진교파출소의 업무 계획대로라면 ‘순 21호’는 8월 16일 오전 6~7시 사이 순찰을 나가야 했으나 이마저 이뤄지지 않았다. 오전 8시 30분께 근무 교대를 하면서 순찰차 등 장비를 인수인계하는 것도 대충 진행했다. 주간 근무자는 ‘순 21호’ 문을 열고 내부를 확인했으나 단순히 주행거리 정도만 파악하는 데 그쳤다고 한다.

이후 순찰차 미운행은 지속됐다. ‘순 21호’는 같은 날 오전 11~12시, 오후 2~3시 사이 운행계획이 있었지만, 계속 제자리에 멈춰 있었다. 뒤늦게 A 씨를 발견하기까지 총 7번(8시간)의 순찰 계획을 하나도 지키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A 씨는 지난달 16일 오후 2시 전후로 ‘고체온증’ 등으로 인해 숨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순찰차 유리창 등에서 A 씨의 지문·족적 등 탈출을 시도한 흔적도 여럿 발견됐다. 그는 과거 집을 나갔다가 진주에서 한 시민에게 발견돼 순찰차를 타고 진교파출소까지 이송 후 귀가 조처된 적 있어, 사건 당일에도 도움을 구하기 위해 해당 파출소를 찾았을 것이란 해석까지 나온다.

경남경찰청은 이 같은 사건 경위를 조사, 지난달 30일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의 과실을 물어 하동경찰서장과 범죄예방과·계장, 진교파출소 직원 13명 등 총 16명에 대해 문책성 인사를 냈다. 경찰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국 3급지 경찰서에 대한 본청 차원의 특별 점검에 착수했으며, 결과를 토대로 지역 경찰 운영 전반에 대한 개선 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