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온에 적조까지 덮칠라… 경남 양식장 ‘전전긍긍’
‘끓는 바다’ 양식 어류 1844만 마리 폐사
멍게·전복도 떼죽음 피해 신고도 잇따라
수과원, 남해안 전역 적조 예비특보 발령
가을적조 확산 땐 ‘지친 어류’에 치명타
“올여름엔 단 하루도 숨 돌릴 틈이 없네요.”
폭염의 기세가 한풀 꺾이면서 최악으로 치닫던 고수온 피해도 잦아들었지만 양식 어민들의 잠 못이루는 밤은 계속되고 있다. 양식장을 위협하는 고수온은 여전한 상황에 또 다른 불청객 적조가 덮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남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까지 접수된 고수온 추정 양식어류 누적 폐사량은 통영·거제·고성·남해·하동 5개 시군 373어가 1844만 9000여 마리, 피해액은 308억 9200만 원이다. 이중 70%가 넘는 1292만 7000여 마리가 우럭(조피볼락)이다. 여기에 29일부턴 멍게(28어가, 394줄(봉), 10억 3000만 원)와 전복(4만여 마리, 3100만 원) 폐사 신고도 잇따르고 있다.
고수온도 여전하다. 국립수산과학원 자료를 보면 일본 열도를 관통한 제10호 태풍 산산 간접 영향으로 지난달 29일과 30일 남해안 수온은 전날보다 적게는 0.2도, 많게는 1도씩 하강했다. 태풍이 몰고온 강풍에 바닷물이 뒤섞인 덕분이다. 특히 진해만의 경우 27.1도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31일에는 다시 반등해 폐사 한계인 28도를 넘어섰다. 수과원은 수심이 얕은 연안을 중심으로 당분간 고수온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일일 신고량은 눈에 띄게 줄었다는 점이다. 도 집계가 시작된 지난달 19일 157만여 마리로 시작해 20일 126만여 마리, 21일 335만여 마리, 22일 678만여 마리로 정점을 찍은 이후 23일 276만여 마리, 24일 134만여 마리로 급감했다. 25일과 26일엔 이틀 합쳐 8만 9000여 마리, 27일 35만 8000여 마리, 28일과 29일 각각 21만 3000여 마리, 30일도 5만 4000여 마리에 그쳤다.
그러나 어민들은 아직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후유증이 오래가는 고수온 특성상 당분간 소량이라도 폐사는 이어질 수 있는 데다, 곧장 적조가 뒤따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양식 어류 폐사를 유발하는 유해 적조는 식물플랑크톤인 코클로디니움이 이상 증식할 때 출현한다. 점액질 성분으로 물고기 아가미에 붙어 질식사시킨다.
보통 개체 수 1000/mL 이상 고밀도 적조에 폐사하지만 고수온 환경에선 사정이 다르다. 체력과 면역력이 바닥이 상태라 평소라면 거뜬히 버텨낼 수백 개체 수준의 저밀도 적조도 치명적이다. 고수온 피해와 마찬가지로 적조 피해도 우럭에 집중되는 이유다. 우럭은 찬물을 좋아하는 한대성 어종이라 수온이 26도만 돼도 생리 기능이 저하될 정도로 고수온에 취약하다.
경남에선 1995년 양식 어류 1300만여 마리가 적조에 떼죽음한 이후, 2013년 200만여 마리가 집단 폐사해 최악의 해로 기록됐다. 이어 이듬해 447만여 마리, 2015년 144만여 마리, 2019년 212만여 마리를 끝으로 지난해까지 4년간은 피해 없이 지나왔다.
30도를 넘나드는 고수온에 적조 생물 역시 제때 증식하지 못한 탓이다. 코클로디니움은 수온이 26도 이하로 떨어지고 일사량이 증가하면 빠르게 세력을 불린다. 수과원은 이미 경남 앞바다에 적조 예비특보를 발령했다. 당장은 mL당 수십 개체 수준에 불과하지만 가을장마로 육지 영양염이 다량 바다로 유입되면 적조 확산에 최적의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
실제 2006년, 2009년, 2012년의 경우, 9월 이후 발생한 적조가 10월까지 세력을 유지하면서 적잖은 피해를 남겼다. 양식업계 관계자는 “단 하루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며 “지금 상태서 적조까지 맞으면 정말 끝장”이라고 우려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