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순찰차 갇힌 여성 살릴 기회 누차 놓친 경찰 근무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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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 때 자고 순찰도 제대로 안 돌아
나사 풀린 모습… 뼈 깎는 자성 필요

경남경찰청 김남희 생활안전부장이 30일 오전 경남청 기자실에서 하동 진교파출소 순찰차에서 40대 여성이 숨진 사건과 관련해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경남경찰청 제공 경남경찰청 김남희 생활안전부장이 30일 오전 경남청 기자실에서 하동 진교파출소 순찰차에서 40대 여성이 숨진 사건과 관련해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경남경찰청 제공

경찰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경남 하동군 진교파출소에 주차된 순찰차 안에서 40대 지체장애 여성이 숨진 사건은 경찰의 총체적인 근무태만에서 기인한 것으로 자체 진상조사 결과 드러났다. 경남경찰청은 최근 “하동군 진교파출소 순찰차 안에서 시민이 숨진 사건을 조사한 결과 이런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지체장애 여성이 파출소를 배회하는데도 야간 근무자들은 숙직실 등에서 잠을 자고 있었고, 이틀간 7번의 순찰차 운행계획조차 지키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이 근무 규정을 제대로 지켰더라면 한 시민의 소중한 생명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결국 경찰의 근무태만이 화를 부른 것이다.

사건 당시 피해자 A 씨는 진교파출소를 방문해 출입문을 두드리고 당겨보기도 했다. 이 모습이 CCTV 화면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하지만 출입문은 잠겨 있었다. 당시 파출소 야간 근무는 상황 근무 2명을 포함해 경찰관 4명이 있었지만 상황 근무자 2명과 대기 근무자 1명은 모두 2층 숙직실에 있었고 다른 대기 근무자 1명은 1층 회의실에서 쉬고 있었다. 경남청은 이들 4명 모두 당시 잠든 상태였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사람이 온 걸 몰랐다. 결국 A 씨는 순찰차 쪽으로 가 잠기지 않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가 변을 당했다. 당시 파출소 경찰관들이 근무를 제대로 서고 잠을 자지 않았다면 이런 피해는 없었을 것이다.

문제는 피해 여성을 살릴 기회가 이 말고도 여러 차례 있었음에도 놓쳤다는 점이다. 규정상 차량을 주·정차할 때 문을 잠가야 하지만 경찰관들은 사고 순찰차를 마지막으로 운행한 뒤 문을 잠그지 않았다. 또 있다. A 씨가 순찰차에 갇혀있던 36시간 동안 근무자들은 모두 7번 사고 순찰차를 몰고 지역을 순찰하게 돼 있었다. 하지만 이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지정된 지역 순찰 근무를 아무도 하지 않았지만, 파출소장을 비롯해 그 누구도 이를 문제 삼지도 않았다. A 씨가 순찰차에 들어간 이후에도, 그를 살리거나 일찍 발견할 기회가 이처럼 여러 번 있었다. 결국 경찰은 이런 기회를 근무태만으로 모두 놓친 셈이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이번 사고는 경찰의 총체적인 부실 근무 탓이 크다. 이해할 수 없는 경찰의 직무 태만이 결국 애꿎은 국민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경남청은 근무태만에 대한 징계 절차를 밟을 거라고 한다. 다시는 어이없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단호한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 상당수 국민은 경찰의 나사 풀린 모습에 불안해하고 있다. 이참에 경찰 근무 기강을 바로잡고, 허술해진 근무 시스템을 점검해 국민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 품 안에 들어온 국민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면서 진정 경찰이라고 할 순 없다. 거대한 둑도 작은 틈에서 터진다. 이번 사건이 경찰의 자성과 근본적인 개혁의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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