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자립도 12.5% 통영시, 시비 116억 들여 파크골프장 만든다?
산양읍 삼덕리 일원 18홀 규모 2곳 계획
대상지 내 사유지 매입 비용만 86억 원
시의회 “열악한 지방재정에 너무 과하다”
산건위, ‘편입 토지 취득 관리계획’ 부결
경남 통영시가 추진 중인 36홀 규모 파크골프장 조성 사업이 시의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계획대로라면 100억 원이 넘은 사업비를 전액 시비로 부담해야하는데, 재정자립도가 10% 대인 열악한 지방재정을 고려할 때 너무 과하다는 게 통영시의회 판단이다.
통영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는 2일 오전 열린 제232회 임시회 제1차 회의에서 ‘산양지구 파크골프장 조성사업 편입 토지 취득 관리계획안’을 표결 끝에 부결했다. 무기명 투표 결과, 참석 의원 6명 중 4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산양지구 파크골프장은 산양읍 삼덕리 564번지 일원 4만 7633㎡에 18홀 골프장 2곳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총사업비는 116억 원. 이 중 86억 원이 부지 매입비다. 내달 재방재정투자심사, 10월 도시관리계획 입안 용역을 거쳐 내년 6월 착공해 그해 12월 18홀을 우선 마무리해 개장한 뒤 2026년 10월까지 18홀을 추가하는 것으로 밑그림을 그렸다. 이미 매입 대상 토지 30필지 중 22필지에 대한 동의를 확보한 상태다.
반면 배석한 의원들은 파크골프장 확충 필요성에는 적극 공감하면서도 가뜩이나 빠듯한 재정 여건에 예산 부담이 너무 큰 데다, 현재 시범운영 중인 1곳을 비롯해 당장 추진 중인 시설도 2곳 더 있다며 반대했다. 실제 통영시는 지난 7월, 광도면 안정시민공원에 지역 최초 파크골프장을 조성했다. 여기에 2025년까지 명정동 생활쓰레기매립장과 용남면 생활체육공원에 2, 3호 파크골프장을 추가한다. 3곳 모두 9홀짜리로 추정 사업비는 각각 7억 원, 8억 원, 15억 원이다.
최미선 의원은 공시지가의 5배에 달하는 부지매입비를 지적하며 “집행부 자료를 보면 용남면은 ‘사유지 편입에 따른 보상비 과다’가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곳은 공시지가의 3배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3배도 많다고 하면서 5배나 되는 돈을 주고 골프장 만든다면 시민이 납득할 수 있겠나”고 반문했다.
김혜경 의원은 통영시 재정자립도가 12% 남짓으로 경남 18개 시군 중에도 최하위권인 현실을 꼬집으며 수요와 입지 여건 등을 더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짚었다. 김 의원은 “현재 등록된 관내 파크골프 인구는 10개 클럽 221명, 개인적으로 즐기는 인구를 고려해도 400~500명 정도로 추정된다”며 “전액 시비로 이렇게 어마어마한 골프장을 만들 필요가 있는지, 타 종목단체와 형평성 문제는 없는지도 살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상준 의원은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는 사업에 시민사회는 물론, 시의회와도 사전 교감이 없었다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5월부터 추진한 걸로 돼 있는데 시의회조차 최근에야 알았다. 이 안을 갖고 동호인에게 물어보니 다수가 반대했다”면서 “잠재적 인구를 포함해도 이 정도 사용자를 위해 116억 원을 들여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김미옥 의원은 재검토를 요구했다. 김 의원은 “너무 촉박하게 추진하는 느낌이다. 시급성을 요하지 않는 사업인 만큼 좀 더 숙고할 필요가 있다”며 “투자대비 편익이 얼만지, 지역 경제 유발효과는 어느 정도인지 등을 토대로 시민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원들의 잇따른 질타에 이유섭 과장은 “관내뿐만 아니라 관외에서 유입되는 수요와 각종 대회 유치를 통한 낙수효과까지 얻으려면 정규홀 2곳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사업비 정도는 정부나 도 공모사업을 통해 확보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걸음마 단계다. 완전한 계획이 세워진 것도 아니고 도시계획 입안, 환경성 평가, 실시계획 인가 등 남은 절차가 많다”며 “지금 단계에선 토지주 의중이 가장 중요하다. 입지성과 확장성을 중심으로 더 나은 곳이 있다면 적극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