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3색 性이야기] 관계의 진화
김원회 부산대 명예교수
동물의 세계를 보면, 대부분 수컷이 암컷과 교미할 때 강압적인 방법을 사용한다. 그러나 이러한 수컷을 거부하던 암컷도 일단 짝을 선택하고 나면, 다양한 행동으로 수컷을 받아들이며 유혹한다. 동물들은 순전히 생식을 목적으로 가끔 교미하지만, 임신 중에도 성관계를 가지는 인간의 경우는 어떻게 매번 성행위에 응하게 되는지 신기하게 여길 수 있다. 동물과 다른 인간은 아무리 결혼한 부부 사이라도 상대의 동의 없이 억지로 관계하면 곧장 강간으로 간주된다. 그러니 원칙적으로는 부부라 할지라도 매번 매력을 발산하면서 상대의 동의를 얻어야 관계가 유지된다고 보는 것이 옳다.
성의 진화 관점에서 보면, 남성은 먹이를 구해오고 적의 침입으로부터 가족을 보호해야 했다. 이러한 역할 때문에 남성은 점점 사냥꾼으로 진화했고, 키가 커지고 근육이 발달하며 힘이 강해졌다.
반면, 여성의 경우 남성을 곁에 붙들어 두기 위해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했다. 따라서 여성은 자연스럽게 이성에게 자신을 돋보이도록 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고, 훌륭한 가정 관리자가 되었다. 이러한 유전자는 수십만 년 동안 이어져 왔으며, 여성의 몸은 남성을 붙들어 두는 데 적합하게 진화해 왔다. 현대 여성의 몸은 이렇게 수십만 년 동안 진행된 성 선택의 결과로 거의 완벽하게 진화한 것이라 생각한다.
가장 효과적으로 남성을 끌어당기기 위해 여성은 동물과 달리 발정기를 숨기게 되었다. 결국 자신마저도 그 시기를 알 수 없게 된다. 그런데 최근 발표된 논문들에 따르면, 여성이 발정기를 감춘 이유가 언제든 성에 응하기 위한 진화적인 필요라기보다도 남성의 질투를 이용해 자신과의 유대관계를 더 확실히 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즉, 남성은 여성이 낳는 아이가 자신의 자식임을 확신할 수 없으므로, 본능적으로 항상 그 곁을 떠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의처증을 정신병처럼 취급하고, 여성의 의부증과 상대적인 것으로 치부하지만, 성 진화학적 관점에서 보면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남성은 무엇으로 여성을 유혹했을까? 어떻게 여성을 끌어당겨 소위 ‘단기적 이성에 의한 동의’를 얻게 되었을까?
인간의 남녀관계는 동물처럼 ‘성적 주기’ 때문에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여성은 주로 육체적, 정신적, 성적 자극에 의한 주관적 흥분이 일어나야 비로소 이에 반응하는 강한 성적 욕구가 생긴다. 이때 무엇보다도 파트너에 의한 지속적이고 능숙한 육체적 자극이 필요한데, 이 단계에서 여러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유감이다.
아직도 섹스가 곧 성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발기되지 않는다고 해서 성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여성을 오랫동안 행복하게 해주는 것은 남성의 손이지 페니스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많다. ‘전희가 주식이고 성교는 디저트다’라든가 ‘성교는 섹스의 무덤이고, 오르가슴은 성교의 무덤이다’라는 말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