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0년간 ‘맨땅에 헤딩’으로 유일무이 전문 구조대 양성” 서민정 부산 해운대 민간수상구조대장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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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 안전관리 지자체로 이양돼 창설
대학 강사·응급처치 연합 센터장 역임
일시적 활동 구조대원 70%가 대학생
UDT 수준 바다 수영·구조 훈련 반복

유례없는 불볕더위가 이어진 올여름, 하루 수십만 명 인파가 몰린 해운대해수욕장에는 안전을 지키는 파수꾼들이 있었다. 올해 벌써 10주년을 맞은 부산 해운대 민간수상구조대다.

해운대 민간수상구조대는 2015년 해변 안전 관리가 해양경찰에서 지자체로 이양되며 처음 창설됐다. 해수욕장이 개장하면 최전선에서 수상 사건사고부터 환자 응급조치, 불법행위 단속을 맡는 지킴이들이다.

구조대의 문을 연 것은 서민정(51) 대장이다. 수상 인명구조 전문가인 서 대장은 구조 인력이 극히 부족하던 10년 전 가르치던 대학생과 강사들을 불러모아 구조대를 만들었다. 서 대장 말마따나 “맨땅에 헤딩”이었다.

구조대원이 되려면 수상 인명구조 관련 또는 응급구조 관련 자격증이 필수다. 해상 교육을 거쳐 테스트와 면접을 거치는데, 한여름 뙤약볕 아래 적은 보수와 고된 업무를 감내하려는 사람이 극히 드물었다. 지금도 구조 장비를 갖추고, 전문인력 65명을 투입하는 곳은 전국에서 해운대구가 유일하다.

어릴 적 물에 발 담그는 것이 행복해 시작한 물놀이는 서 대장 평생의 업이 됐다. 물놀이는 전문 수영, 바다 수영, 스쿠버다이빙으로 확장되다 바다에서 발에 쥐가 났던 어느 날, 그는 불쑥 물이 두려워졌다. 물의 즐거움뿐 아니라 두려움을 알게 된 순간이었다.

서 대장은 “물에서 죽을 수도 있겠다는 경험을 하고서 내 아이들, 피서객, 시민들도 이렇게 물속에서 위험에 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혼자 살아남으면 안 되니 그들을 구할 방법을 공부하게 됐고, 더 많은 해양구조 전문인력을 양성해야겠다는 목표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매년 해운대·송정 해수욕장이 개장하는 6월부터 8월까지가 이들의 활동 기간으로 비수기에 대원들은 본업으로 돌아간다. 서 대장도 비수기에는 수상 인명 구조 전문가로 활동한다.

그는 한국응급처치 연합 센터장, 동부산대 해군특수부사관학과 교수, 국제인증 EFR 응급처치 강사, 수상인명 구조 강사 등을 역임했다.

일시적 활동이다 보니 모집된 구조대원 70%가 대학생이다. 이들은 대부분 서 대장의 제자들이다. 그는 학생들이 구조대 활동 전후 확연히 달라지는 모습을 숱하게 봐 왔다. “실습만 했던 학생들이 실전에서 해수욕장에서 생과 사를 오가는 순간을 겪으면서 책임감이 달라져요.”

서 대장은 구조대원이 안전하지 않으면 구조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대원들도 “UDT 수준”으로 훈련한다. 강도 높은 훈련 없이는 구조할 체력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대원들은 매일 아침 전신을 감싸는 5mm 슈트를 입고 뙤약볕 아래서 구보부터 바다 수영, 구조 훈련을 반복한다. 망루와 해변에서 2시간 단위로 근무조가 교대하는데, 뙤약볕 아래 서 있기만 해도 체력이 바닥나기 때문에 이렇게 키워둔 체력은 곧 구조자의 안전이 된다.

10년간 그의 ‘맨땅의 헤딩’ 결과, 해운대구 민간수상구조대는 전국 유일무이한 전문인력 집단으로 성장했다. 7~8년 꾸준히 참여하는 정기 대원들도 생겼고 대원 활동을 계기로 전문가로 발돋움한 학생도 여럿 나왔다. 서 대장이 구조대 문을 열 때 다짐했던 전문인력 양성 목표를 이룬 셈이다.

그는 이제 망루에서 내려올 때라 말한다. “한 발 물러나 뒤에서 지원할 시기가 된 것 같습니다. 젊은 전문가들이 정보력이나 체력 모두 이제 저보다 훨씬 낫습니다.” 다만 그의 바람은 해운대 구조대에서 나온 전문인력이 전국 해변으로 퍼져 나가는 일이다.

그는 “한국 수상구조 영역은 전문인력이나 장비가 아직 부족해 해외에 비해 열악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우리 구조대에서 나온 대원들이 전국 해변에 퍼져 나가 안전한 피서지가 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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