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울경 소아호흡기 응급환자 '전국 뺑뺑이' 우려된다
부산대어린이병원 응급실 진료 중단
코로나19 재유행·추석 연휴 맞아 비상
경남 양산의 부산대어린이병원이 2일부터 소아 호흡기 응급실 진료를 무기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 때문에 부울경 소아 호흡기 응급환자는 갈 곳이 없어졌고 전국을 뺑뺑이 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문제는 의료 대란의 와중이어서 전국 응급실 상황이라고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의정 갈등 장기화로 곳곳에서 응급실 진료 중단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비상 진료 체계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는 정부 장담과는 달리 응급실 진료를 중단하는 병원이 늘면서 각자도생의 위기에 몰린 환자의 불안도 커지고 있는 것이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최악의 의료 재앙을 우려하는 의료계 안팎의 목소리도 높다.
부산대어린이병원 응급실은 부울경의 최중증 소아 응급환자를 담당한다. 소아응급의료센터는 부울경 지역 유일의 소아전문응급센터로 지정돼 24시간 공백 없이 운영돼 왔다. 이 때문에 응급실 진료 중단은 지역 소아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민감한 사안이다. 의정 갈등 장기화에 따른 일부 전문의 이탈로 5월 월·화요일 야간 진료 중단을 발표하자 부모들의 반발이 거셌다. 결국 소아청소년과 교수들이 야간 당직을 지원하면서 정상화했다. 현재 정부 지원 공보의 1명과 전문의 4명 등 5명이 24시간 응급실 운영을 돌려막기하고 있는데 사실상 번아웃 상태다. 소아 호흡기 전문의 응급실 진료 중단 선언은 응급실 운영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방증이다.
소아 호흡기질환 응급 진료 중단만 해도 부모들에게는 날벼락 같은 소식이다. 가뜩이나 코로나19가 재확산하는 분위기인데 응급환자라도 생기는 날에는 큰일이다. 정부는 2일 응급의료 등 비상 진료 대응 관련 브리핑을 갖고 응급의료 대책을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고 했지만 전국의 대학병원 등은 야간과 휴일을 시작으로 응급실 운영을 속속 중단하고 있다. 병원 측은 누적된 피로로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잇따라 사직하고, 의사 인력 부족으로 ‘배후 진료’가 원활히 제공되지 않은 상황이 겹치면서 의료 현장이 서서히 붕괴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군의관과 공보의 등 숫자만 나열하며 ‘응급실 붕괴’는 아니라는 말만 되풀이한다.
부산대어린이병원 응급실 파행은 무너져 가는 지역 의료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다. 응급실 인력 부족은 의정 갈등 이후 전문의 이탈만이 아니라 고질적 소아응급 전문의 기피 현상에 따른 영향이 크다. 올해 부산대어린이병원 소아응급실 근무를 지원한 전문의는 전무하다. 한계에 이른 응급실이 의정 갈등을 계기로 폭발하고 있는 것이다. 당장은 소아 호흡기 응급환자 진료 중단을 메울 대책이 시급하다. 지난해 부산의 40대 부모가 열이 40도를 넘어서는 아이를 업고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 결국 수도권까지 찾아간 사례가 있었다. 이제는 수도권 뺑뺑이로도 해결 안 될 공산이 크다. 위급한 상황부터 막을 현실적 대책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