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야 대화 이어가고 윤 대통령 국회와 협치 노력해야
2일 22대 국회 개원, 윤 대통령 첫 불참
퇴행적인 한국 정치의 민낯 그대로 노출
22대 국회가 5월 30일 임기 시작 이후 무려 95일 만인 2일 개원식을 열었다. 역대 최장의 지각 개원식이라는 기록을 세웠는데,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이 ‘개원식 불참’으로 또 하나의 기록을 보탰다. 대통령실이 앞서 “국회가 특검과 탄핵을 남발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참석할 수 있겠느냐”며 불참을 예고했는데, 실제로 이날 윤 대통령은 국회 개원식에 없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대통령의 첫 불참 사례다. 국회는 정쟁으로 역대 가장 늦게 개원하고, 현직 대통령은 의도적으로 이를 외면했다. 퇴행적인 한국 정치의 적나라한 민낯이다. 여야 대표회담 이후 뭔가 좀 나아지려나 기대했던 국민들만 속절없게 됐다.
안 그래도 22대 국회는 거대 야당과 소수 여당의 날 선 대립 구도로 인해 처음부터 극심한 갈등이 우려됐다. 이런 예상과 한 치 다름없이 국회는 초장부터 거대 야당의 단독 입법 강행과 이에 맞선 여당,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급기야 의료 공백과 어려운 경제 상황에 시달린 국민들의 정치권 비난이 빗발쳤고, 이를 못 이긴 여야 대표는 1일 겨우 마주 앉아 협치의 모습을 연출했다. 비록 실질적인 성과는 없었지만 만남 자체에 의미를 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국민들은 이 기운이 22대 첫 정기국회까지 이어지길 바랐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개원식 첫 불참으로 모처럼 일었던 분위기도 사라졌다.
여야는 역시 ‘네 탓’ 공방이다. 대통령실은 “국회를 정상화하고 초대하는 것이 맞다”고 했고, 야당은 “오만과 독선의 발로”라고 맞받았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대통령도 참석했으면 국민들이 보기에 좋았을 텐데 참으로 아쉽다”고 말했다. 모두 각자 처지에서 보면 일리 있는 말이다. 그렇다고 해도 윤 대통령의 개원식 불참은 전혀 좋은 모습이 아니다. 국가 원수이자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의 입법부 존중이라는 대의는 놔두고라도 연금·의료·교육 등 윤 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는 야당 주도의 국회 도움 없이는 생각할 수가 없다. 정국 구도를 무시한 채 자꾸 야당과 각을 세우기만 하면 국정은 어떻게 할 것인지 답답하다.
대통령은 여당을 넘어 정치를 초월한 국가의 최고지도자로서 더 큰 책무가 있다. 내키지 않더라도 개원식에 참석해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와 소통하는 모습을 보였더라면 잠시라도 화합의 흐뭇한 장면을 국민에게 선사했을 것이다. 최고지도자로서 국민 통합의 행보를 보일 기회를 놓친 게 참으로 아쉽다. 윤석열 정부는 국정 성과를 가시적으로 내놔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여당 내부는 말할 것도 없고 야권과도 계속 갈등만 쌓아갈 수는 없다. 산적한 민생 현안 해결을 위해 국정 기조의 전면 전환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국회·야당과 협치의 끈만은 놓아선 안 된다. 여야도 대표회담으로 형성된 대화 분위기를 이어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