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도심 허파 도시숲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느냐 낯선 바람 바람아, 덧없는 한 세상 답답한 맘을 너는 달래주려나…’ 가수 정서주의 ‘바람 바람아’란 노래 가사의 일부다. 올여름처럼 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 도심 속 시원한 바람은 우리의 고달픈 마음을 이렇게 달래주곤 한다. 하지만 바람이라고 해서 항상 시원한 건 아니다. 지열(地熱)과 함께 불어오는 바람은 오히려 후텁지근하다. 도시숲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산들바람은 때로는 일상에 지친 답답한 마음마저 녹인다.
숲은 공기청정기와 같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신선한 산소를 공급한다. 흔히 나무 한 그루가 연간 2.5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1.8t의 산소를 방출한다고 한다. 아마존 숲을 지구의 허파라고 부르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아마존 숲이 지구의 허파라면 도시의 허파는 도시숲이다.
도시숲은 여름 한낮 평균기온을 3~7도 낮추고, 산업단지 주변 미세먼지를 20% 이상 줄인다. 대구가 이런 효과를 제대로 본 도시다. 한여름 폭염의 대명사로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가진 대구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도시숲 조성으로 도시 기온을 크게 낮췄다.
사실 도시숲 조성은 역사적으로 꽤 오래됐다. 통일신라시대 최치원이 백성을 자연 재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만든 함양 상림이 그 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주요 도시의 도시숲은 여전히 부족한 형편이다. 요컨대 부산의 경우 1인당 도시숲 면적은 2021년 기준으로 13.7㎡로 세계보건기구(WHO) 최소 권고 기준인 9㎡는 넘었지만, 최적 권장 기준인 15㎡에는 미치지 못한다.
부산시와 사상구는 최근 사상역 공영주차장 일대를 도시숲으로 조성하기 위한 공사를 시작했다. 내년 2월 완공을 목표로 사업비 38억 원을 들여 문화와 자연이 어우러진 도시숲을 조성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부산시는 올 상반기 부산진구 양정동에 거제대로 도시바람길숲을 조성한 바 있다.
싱가포르 등 외국에서도 도시숲의 긍정적 효과를 확인하고 대폭 늘려가는 추세다. 이제 도시숲은 기후 변화와 맞물려 도심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았다. 프랑스 작가 샤토브리앙은 ‘문명 앞에는 숲이 있고, 문명 뒤에는 사막이 남는다’고 했다. 이는 숲을 지키지 못하면 문명도 지속될 수 없다는 의미다. 일상에서 만나는 생활권 도시숲. 이게 부산이 행복도시로 가는 길이다.
정달식 논설위원 dos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