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가구 흑자 100만 9000원
1년 전보다 1만 8000원 줄어
고물가·고금리에 실질소득 뚝
소비 위축으로 내수 회복 더뎌

한 가정이 자산 구입이나 빚을 갚는데 쓸 수 있는 가계 흑자액이 최근 8분기 내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우리 경제의 내수 회복이 더딘 데는 이처럼 가계 흑자액이 줄어든 데도 한 원인이 있다는 분석이다.

2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가구 흑자액(실질 기준)은 월 평균 100만 9000원으로 1년 전보다 1만 8000원(1.7%) 감소했다. 여기서 실질 기준은 명목 흑자액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금액이다. 2분기 명목 흑자액은 115만 1000원인데 물가상승률을 뺀 실질 흑자액은 100만 9000원인 것이다.

흑자액은 한 가구가 벌어들인 소득에서 이자 비용·세금 등 비소비지출과 의식주 비용 등 소비지출을 뺀 금액이다. 기업으로 말하면 순이익과 비슷한 개념이다. 이 돈은 자산을 구입하거나 부채를 상환하고 저축을 할 수 있는 돈이다.

가계 흑자액은 2022년 3분기부터 8개 분기째 줄고 있다. 2006년 1인 가구를 포함해 가계 동향이 공표된 뒤로 역대 최장기간 감소다.

이는 고물가로 쪼그라든 실질소득에 원인이 있다. 최근 2년 중 4개 분기 동안 가구 실질소득은 1년 전보다 줄었다. 감소 폭도 작게는 1.0%에서 많게는 3.9%에 달했다. 나머지 4개 분기 실질소득은 늘었지만 증가 폭은 모두 0%대에 그쳤다.

결국 실질소득이 줄어들거나 거의 늘지 못하면서 처분가능소득(소득-비소비지출)이 감소한 것이다.

고금리로 늘어난 이자 비용 역시 흑자액이 줄어든 원인 중 하나다. 이자 비용은 2022년 2분기 8만 6000원에서 올해 1분기 12만 1000원까지 올랐다.

이처럼 쪼그라든 가계 여윳돈은 결국 가계 소비 심리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소매 판매는 지난해 6월(1.4%)과 올해 2월(0.9%) 반등한 것을 제외하면 2022년 9월부터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또 음식점업 및 주점업 소비는 지난해 5월부터 감소세다.

우리나라 경제는 현재 수출이 잘되고 내수가 부진한 모습이다. 8월 수출은 11.4% 늘어나며 579억 달러에 육박하면서 역대 8월 중 최대 금액을 기록했다. 또 11개월 연속 증가세다.

그러나 음식점을 포함한 소매판매액지수는 지난 7월 101.9로, 1년 전보다 2.3% 감소하는 등 내수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최근 들어 자영업자가 전국적으로 줄어드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장기화하는 내수 부진의 한 축에는 빠듯해진 가계 살림살이가 있는 셈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내수 회복을 기대할 수 있는 요인은 선제적 금리인하인데 가계대출 증가로 인해 금리인하는 빨라야 10월”이라며 “금리인하 효과가 나타나는데는 시차가 있어 하반기 경제는 생각했던 것보다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