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기 최중증 어린이, 부울경서 갈 곳 없다
2일 양산 부산대 어린이병원
소아 호흡기 응급실 진료 중단
전공의 이탈로 의사 업무 과중
타 지역 치료도 장담할 수 없어
부산·울산·경남 최중증 소아 환자가 마지막으로 찾는 병원인 경남 양산 부산대학교 어린이병원이 소아 호흡기 응급실 진료를 무기한 중단하기로 했다. 소아 응급실 운영 중단은 아니지만, 코로나19 재유행과 백일해,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감염증 등 각종 호흡기 질환이 유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울경 최중증 소아 호흡기 환자가 갈 곳이 없게 됐다.
2일 양산부산대병원에 따르면 부산대 어린이병원은 이날부터 소아 호흡기 응급실 진료를 무기한 중단하기로 했다. 앞서 이 병원에서 소아 호흡기 진료를 맡고 있는 A 교수는 호흡기 진료를 보는 교수들이 참여하는 온라인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A 교수는 “오랜 시간 동안 밤, 낮, 휴일, 주말 없이 소아 호흡기 응급 환자의 치료 계획 수립 및 입원 여부 결정을 홀로 도맡아 왔다”고 썼다.
이어 A 교수는 “부산대학교 어린이병원(양산부산대학교병원)은 불가피하게 2024년 9월 2일부터 소아 호흡기 응급실 진료를 무기한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며 “부울경 지역 소아 알레르기 호흡기 질환 진료를 담당하는 교수님들께 공식적으로 부탁 말씀을 드린다. 앞으로 전원을 고려할 때 참고해 달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부산시 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부터 응급 시스템상에 부산대 어린이병원은 소아 호흡기 환자 수용이 불가능하다는 알림이 떴다. 양산부산대병원 관계자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자체가 적고, 소아 호흡기를 전문으로 보는 교수는 A 교수밖에 없어 과부하가 걸린 상황이었다. 당분간은 우리 병원에서 소아 호흡기 응급 환자를 볼 수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소아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최중증 환자는 양산 부산대 어린이병원에서 치료를 받는다. 실제 부산시에 따르면 양산 부산대 어린이병원에서 소화하는 소아 환자의 49%가 부산 환자다. 하지만 이제 1·2차 병원에서 치료가 어려운 소아 호흡기 최중증 환자는 부울경 권역에서는 치료받을 수 없고, 경북대 어린이병원이나 수도권의 어린이병원으로 가야 하는 실정이다. 타 지역으로 간다고 해도 비슷한 위기 상황이라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지역 의료계는 이번 일을 놓고 소아 응급실 위기가 다시 시작된 상징적 사건으로 본다. 지난 5월 부산대 어린이병원은 1주일 중 이틀간 응급실을 폐쇄할 위기에 놓였다. 2020년부터 이 병원 응급실을 전담하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6명이 근무했는데 지난 2월 전공의 이탈 이후 업무가 과중해 지면서 전문의 2명이 떠났다. 병원은 당시 남은 4명의 전문의로는 24시간 응급실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응급실을 전담하지 않는 소아청소년과 교수들이 응급실 근무를 자진하면서 24시간 응급실 가동은 지켜졌다. 지금은 공보의 1명과 전문의 4명까지 5명이 부산대 어린이병원 응급실을 지키고 있다.
정부는 이날 전체 409개 응급실 중 99%인 406곳이 24시간 운영하고 있고, 6.6%에 해당하는 27곳이 병상을 축소해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브리핑만 보면 전국 응급실이 정상 운영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부산대 어린이병원 소아 호흡기 응급실 진료 불가 사례처럼 통계에 잡히지 않는 위기가 더 크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은 “현재 당면한 응급의료의 문제는 의료 인력 부족 등 오랜 기간 의료개혁이 지체되면서 누적된 구조적 문제”라면서 “전반적인 의료개혁이 병행되어야 근본적 해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