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목전에 ‘과일 화상’ 일소 피해 확산일로…농민들 한숨만
단감·사과 등 주요 과일 일소 피해 확산
벌겋게 익은 뒤 검은 반점…상품성 ‘뚝’
추석 앞두고 농가 답답…보험도 역부족
사상 유래없는 폭염.열대야 현상이 지속되면서 단감과 사과를 중심으로 일소 피해(햇볕 데임 현상)가 확산하고 있다. 추석 대목을 기대했던 농민들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3일 경남농협·진주시 등에 따르면 최근 진주 지역을 중심으로 경남 단감 농가에서 일소 피해가 잇따라 확인됐다. 일소 현상은 여름철 강한 햇빛을 오래 받아 과실이나 줄기가 화상을 입는 피해를 말한다. 일소 현상이 발생한 단감은 한쪽이 화상을 입은 것처럼 벌겋게 달아오른다. 기온에 따라 일부 정상으로 돌아오는 과실도 있지만 대다수는 검은 반점이 생기며 상품성을 잃는다. 여기에 일소 피해를 본 과실을 솎아내지 않으면 점차 반점이 커지며 썩게 되는데, 그대로 방치하면 병해충 확산 등 2차 피해를 볼 수도 있다.
전국 곳곳에서 피해가 확인되고 있지만 전국 단감 농가의 70% 정도가 몰려 있는 경남 지방은 특히 피해가 심하다. 농가별로 피해 정도는 다르지만, 심한 곳은 전체 과실의 30% 정도 일소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예년 같으면 한 나무 당 1~2개 있을까 말까 하는 현상인데, 올해 유독 피해가 큰 건 폭염 영향이 크다. 기상청 예보상 폭염은 ‘낮 최고 기온 33도 이상을 기록한 날’을 뜻하는 데 올해 경남 지방 폭염 일수는 34일 정도다. 부산 15일, 울산 18일에 비해 2배 가까이 많다. 무더위와 강렬한 햇살이 계속해서 이어지다 보니 피해가 확산한 것이다.
농민들로선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다. 단감 농가들은 지난해 전국적으로 탄저병이 확산하며 큰 피해 입었다. 때문에 올들어 탄저병 대비에 집중했는데 느닷없이 일소 피해가 발목을 잡았다.
진주에서 단감을 재배하고 있는 우종광 씨는 “작년 탄저병이 심해 전체 생산량의 절반 정도가 피해를 입었다. 올해 겨우 탄저병을 잡았더니 이번에는 일소 피해다. 갈수록 농사 짓기가 힘들어진다. 추석이 코앞인데 막막한 마음이다”며 답답함을 드러냈다.
단감뿐만이 아니다. 사과 등 추석 출하를 앞둔 다른 과일들도 일소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사과는 올해 초 밀양 등 일부 지역에 냉해가 발생한 데 이어 일소 피해까지, 연달아 타격을 입은 상태다.
거창의 한 사과 재배 농민은 “추석 차례상에 올릴 홍로(사과 품종) 착색 시기인데 일소 피해가 나타났다. 일부 농민은 일소 현상 경감제도 뿌렸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마지막 보루인 농작물 재해보험도 농민들을 위로하기엔 역부족이다. 농작물 재해보험이 기본적으로 자연재해를 대상으로 하지만 태풍이나 우박 피해 중심이다. 일소 피해는 ‘기본’이 아닌 ‘특약’에 포함돼 있어 가입률이 30% 안팎에 불과하다.
농협 관계자는 “지난해 단감 탄저병의 경우 전국적인 사안이다 보니 보험 대상이 아님에도 정부가 지원에 나섰다. 하지만 일소 피해는 지역별로 피해 정도가 다른 데다 보험 가입 여부도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농협과 지자체도 대책 수립에 집중하고 있다. 단감 농가가 몰려 있는 진주 문산농협은 농협중앙회와 진주시 등에 피해 대책 수립을 위한 건의서를 제출했다. 경남농협 역시 최근 진주 지역 단감 농가를 찾아 피해 상황을 점검했다. 사과 주산지들 역시 정확한 일소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대책 수립을 논의 중이다.
조규석 진주문산농협 조합장은 “일소 피해는 사실상 재해다. 정확한 피해 상황 확인과 이에 따른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농협중앙회와 진주시에 건의서를 제출했다. 각종 자연재해와 이상기후로부터 농업을 지켜내는 농작물재해보험을 보다 세밀하고 현실에 맞게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