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딥페이크 범죄 느는데 경찰 전담 인력 태부족하다니
부산 수사 인력 10명, 5년간 제자리
처벌 규정 강화·인력예산 확보 시급
여성 얼굴에 음란물을 합성한 딥페이크 성범죄가 급증하는 가운데, 이를 수사할 인력은 현저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불법 합성물 유포 수사를 맡고 있는 부산경찰청 소속 디지털 성범죄 전담 수사 인력은 10명으로, 2019년 아동·청소년 성착취 범죄 ‘n번방’ 사건이 불거진 이후부터 지금까지 인력 증원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 기간에 전국 경찰청 18곳 사이버 성폭력 수사팀 인력은 99명에서 131명으로 32명이 늘어났지만, 그마저도 대부분 서울 등 수도권에 집중됐다고 한다. 범죄 건수는 날로 증가하고 있지만, 지역에서 이를 전담할 수사 인력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현실이다.
n번방 사건 이후 디지털 성범죄는 2019년 9430건에서 지난해 2만 127건으로 전국적으로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여대생과 여군을 대상으로 한 딥페이크 음란물이 텔레그램 대화방을 통해 유포되는 등 사회 구석구석에 암세포처럼 퍼지고 있다. 미국 사이버보안 업체 조사에 따르면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자의 53%가 한국인으로 집계될 정도로 한국이 딥페이크 성범죄의 진앙지로 전락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급속히 발전하는 AI 기술에 비해 뒤처지는 국내 법 규제와 부족한 수사 인력, 안이한 인식 때문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주요 유포 수단인 텔레그램은 압수수색영장 발부조차 쉽지 않아 초동 수사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실제로 텔레그램 등을 통해 유포되는 딥페이크 불법 영상물에 대해서는 위장수사와 국제공조를 통한 피의자 검거, 영상 삭제에 고도의 전문성과 부처·국가 간 업무 협조가 필수적이다. 경찰은 올해부터 통합 수사를 위해 사이버성폭력 사건은 일선 경찰서에서 피해자 진술 청취 초동 조치 이후 시·도 경찰청에 넘기도록 수사 체계를 바꿨지만, 급증하는 범죄에 대한 증거 확보와 분석, 피의자 추적·검거, 압수수색·포렌식 등 수사 과정 전반에 막대한 인력과 전문성이 소요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전담 수사 인력 확충과 전문성 강화가 시급한 실정이다.
딥페이크 성범죄는 개인의 인격을 파괴하고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트라우마를 안긴다. ‘나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증폭되면 사회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악성 바이러스처럼 사회 곳곳에 퍼지는 딥페이크 범죄를 막지 못하면 감당할 수 없는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 정부는 불법 영상물 삭제를 위한 딥페이크 제작물 탐지 기술 개발은 물론이고, 제작·유통·구매·소지 행위에 대한 처벌과 빅테크 규제 강화, 수사 인력 확충을 하루빨리 실행해야 한다. 경찰은 특별수사본부부터 구성해 대대적인 단속을 벌여야 한다. 국회도 정쟁에서 벗어나 관련 입법과 예산 확보에 머리를 맞대길 바란다. ‘IT 강국’ 대한민국이 사이버 성범죄 온상이라는 오명에서 시급히 벗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