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 시위에 우방까지 질타… 네타냐후 ‘사면초가’
주요 도시 시위대 70만 명 육박
바이든까지 휴전협상 태도 비난
네타냐후 “인질 사망 하마스 탓”
11개월 가까이 인질 구출 수단으로 강력한 군사적 압박을 고집해 온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인질 사망 사건으로 벼랑에 몰렸다. 이스라엘 국내에서는 수십만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반정부 구호를 외쳤고, 그간 이스라엘의 전쟁 기조를 비판적으로 지지해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대놓고 네타냐후의 불성실한 휴전 협상 태도를 질타했다.
2일(현지시간) 현지 언론과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에서는 전날 하마스에 잡혀갔던 인질 6명이 무더기로 가자지구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이후 휴전 및 인질 석방 합의를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텔아비브와 예루살렘 등 이스라엘 주요 도시에서 벌어진 시위에는 시위대 추산 70만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인질 석방 합의를 미뤄온 네타냐후 정부를 질타했다. 이는 가자전쟁 발발 이후 최대 규모의 반정부 시위였다.
이전에도 인질 석방 촉구 시위는 있었지만, 전쟁 발발 11개월째를 향해가는 시점에서 무더기 인질 사망이 부른 이번 시위에서는 네타냐후 총리를 향한 대중의 분노가 이스라엘을 휩쓸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이에 대해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 등 네타냐후의 극우 파트너들은 ‘시위대가 하마스 지도자인 야히야 신와르의 꿈을 채워주고 있다’고 반발했고, 우파 성향의 일부 도시들과 정착촌은 노동단체의 총파업을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제 60여 명만 생존한 것으로 알려진 인질을 두고 이스라엘이 둘로 갈라진 셈이다.
그동안 이스라엘의 하마스 소탕전을 비판적으로 지지해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휴전안에 합의하지 않는 네타냐후 총리가 합의를 위해 충분히 노력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네타냐후 총리가 인질 협상을 확보하기 위해 충분히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또 영국은 국제 인도주의 법 위반 위험이 있다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수출 허가 중 군용기와 헬기, 드론 부품 등에 대한 허가를 중단시키기로 했다. 가자 전쟁 발발 후 이스라엘에 일부 무기 판매를 중단한 서방 주요 동맹국은 영국이 사실상 처음이어서, 이스라엘 정부도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됐다.
하지만 330일 넘게 압박을 견뎌온 네타냐후 총리는 아직 흔들리지 않고 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인질이 죽은 건 하마스가 합의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일이 먼저 벌어진 것일 뿐"이라고 항변했다.
이스라엘 역대 총리 중 최장수 재임 기록을 가진 네타냐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정치적 생존 능력으로 그동안 사법부 무력화 입법 반대시위 등 엄청난 반정부 움직임을 이겨내고 권력을 유지해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