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거두며 나를 추스른다
김수정 개인전 ‘거두는 밤’
15일까지 전시공간 ‘영영’
타자와의 관계가 깨지고 삶이 불안정하다고 느낄 때, 우리는 한없이 연약해진다. 눈을 감은 채 침대에 누워만 있거나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기도 한다. 그렇게 스스로를 추스르는 시간은 대체로 밤이다.
부산을 기반으로 설치, 미디어 작업을 하는 김수정 작가가 4년 만에 개인전을 열었다. 15일까지 부산 수영구 망미동 전시공간 ‘영영’에서 진행되는 전시의 제목은 ‘거두는 밤’이다. 현실의 가장자리로 떠밀려 눈물짓게 될 때, 상황을 바꾸기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빠졌을 때 작가는 밤을 거두기 위해 발버둥 친다. 기도를 하기도 하고, 그림을 그리고 책을 읽었다.
김 작가는 “걱정, 근심이 모두 거두어지진 않았지만, 그런 거두는 시간이 있어 다시금 작업을 할 수 있었다. (전시장을 찾는 분들도) 전시를 보며 잠시나마 거두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실제 전시장에는 작가가 밤을 거두는 시간 동안 읽었던 책이 배치돼 있고 펜으로 그린 그림들이 매달려 있다. 천정을 휘감은 조명은 환하게 밝아졌다가 다시 어두워진다. 마치 낮에서 밤으로 넘어가는 시간의 변화를 드러내는 장치처럼 느껴진다. 펜으로 세밀하게 그려진 그림은 어느 집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방 안의 한 장면들이거나 일상에서 포착할 수 있는 소재들이다. 마치 밤의 한가운데, 깊은 고독 속에서 내밀한 자아와 만나는 시간을 표현한 듯하다.
작가가 현재 홀로 머무는 집은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살며 개인의 정체성과 삶의 뿌리가 형성된 곳이다. 유년의 시름을 끌어안은 곳으로 돌아오며 작가는 자신을 재발견하는 기회가 되었다고 한다.
작가의 내면을 표현한 일상의 그림은 결국 작품을 보는 관객들 누구나 마주하는 일상의 모습이다. 그렇기에 작품을 통해 각자 자신의 인생길을 돌아보고 일상의 무게를 극복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렇게 고민과 불안을 끌어안고 지새운 밤은 결국 힘듦을 극복할 힘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김수정 작가의 작품을 보며, 관객은 작가가 전하는 따뜻한 위로에 자연스럽게 물들어간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