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내린 ‘부코페’ 12살 잔치… 부산 대표 축제로 ‘우뚝’
지난 1일, 열흘간의 일정 마쳐
지역 친화· 참신한 코너로 ‘주목’
재미·의미 모두 잡은 축제 성장
올해로 제12회를 맞은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BICF)’이 지난 1일 열린 이봉원 리싸이틀 공연을 끝으로 열흘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부코페는 코미디 영화제를 통해 코미디의 역사를 조명하고, 부산에서 활동 중인 코미디언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새롭게 선보이는 등 참신하면서도 의미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호평받았다.
지난달 23일부터 지난 1일까지 진행된 제12회 ‘부코페’는 총 10개국 32개 팀이 참가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코미디 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 출연진의 공연을 포함해 인기 유튜브 채널이 힘을 합친 ‘숏별클럽’, ‘만담어셈블’, ‘쇼그맨’, ‘서울코미디올스타스’ 등이 무더위에 지친 시민들에게 시원한 웃음을 선물했다. 해외 공연 팀인 ‘버블쇼 인 스페이스’, ‘요시모토 오와라이 쇼’, ‘테이프 페이스’, ‘MICF 로드쇼’도 부산을 찾아 신선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일부 공연은 일찌감치 매진을 기록하거나 N차 관람을 하는 관람객도 등장해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올해 부코페는 ‘부산바다! 웃음바다!’라는 슬로건에 맞게 지역 밀착형 프로그램과 행사를 진행해 주목받았다. 지난달 24일 남구 오방가르드에서는 부산코미디클럽이 스탠드업 코미디 공연 ‘나는 코미디언이다’를 선보였다. 지역 코미디계를 조명하기 위해 처음 만들어진 행사다. 이날 행사에서는 김준호 부코페 집행위원장을 포함한 현직 코미디언들이 공연을 관람하고, 대니초, 김동하 등 인기 스탠드업 코미디언이 진정성 담긴 피드백을 제시했다.
또 부코페는 지난달 27일 중구 유라리광장에서 웃음등대 현판제막식을 열었다. 웃음등대는 부코페를 대표하는 상징물로, 빛을 통해 세상을 밝히는 등대처럼 웃음이 널리 퍼지길 바라는 의미를 담았다. 현판제막식에는 웃음등대를 제안한 김대희 부코페 이사와 최진봉 부산 중구청장, 김준호 부코페 집행위원장, 이경신 부코페 자문위원회장 등이 참석해 축하했다. 현판제막식 이후 진행된 ‘코미디 오픈 콘서트’와 해운대 구남로에서 열린 ‘코미디 스트리트’는 무대를 벗어나 거리에서 시민들과 호흡했다.
올해 신설된 프로그램인 ‘코미디 영화제’도 큰 인기를 끌었다. ‘코미디 영화제’는 영화를 통해 한국 코미디의 역사를 조명하는 프로그램이다. 원로 코미디언 전유성, 영화 ‘라이터를 켜라’를 연출한 장항준 감독, <씨네플레이> 주성철 편집장은 관객과 함께 코미디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1926년 제작된 국내 최초의 코미디 영화 ‘멍텅구리’부터 1600만 명의 관객을 모은 영화 ‘극한직업’에 이르기까지 코미디 영화의 역사를 짚어보는 뜻깊은 자리였다. ‘가문의영광’, ‘두사부일체’를 포함한 조폭 코미디 영화의 흥행 이유와 앞으로 코미디 영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의견 등도 제시됐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코미디언 전유성은 “개그맨으로 돈을 벌지 못할 때 영화사 기획실에서 오래 일해 코미디 영화와 친숙하다. 인간이 멸종되지 않는 한 코미디는 계속될 거라 생각한다”며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의 취지에 맞게 이렇듯 한국 코미디의 역사를 짚는 진지한 시간도 필요하다. 다음번에는 코미디 프로그램의 역사에 대해서도, 개그맨들이 쓴 책에 대해서도 얘기하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축제의 마지막은 올해로 데뷔 40주년을 맞은 원로 코미디언 이봉원이 장식했다. 코미디언 이봉원은 ‘동작그만’, ‘긴급 청문회’, ‘속시커먼스’ 등 인기 코너를 무대에서 선보였다. 전유성, 최양락, 이경실, 김학래 등의 코미디언도 이봉원과 오랜만에 호흡을 맞췄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