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다시 ‘채 상병 특검법’ 속도전…여당 대응은 ‘어정쩡’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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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사위 4일 야권 단독으로 지난달 발의한 특검법안 소위 회부
전날 발의한 제3자 방식 특검법 병합해 신속 처리 의도
한동훈 특검법 처리 의지 확인 불구 당내 반발에 ‘시간 끌기’만

4일 ‘채 상병 특검법’ 상정에 반발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정청래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채 상병 특검법’ 상정에 반발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정청래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제안한 ‘제3자 추천’ 방식의 ‘채 상병 특검법’을 전날 발의한 데 이어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관련 법안을 상정하는 등 속도전에 나섰다.

법사위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민주당이 지난달 발의한 ‘순직해병 수사방해 및 사건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 상병 특검법)을 상정한 뒤 법안심사소위로 회부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당이 단독으로 전체회의를 소집해 특검법 상정 및 소위 회부를 진행했고, 이에 반발한 국민의힘은 회의에 불참했다.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오늘 회의는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을 위한 것이었는데 여당의 반대에도 민주당은 1호 안건으로 특검법을 올렸다”면서 “이 특검법을 소위에 회부하면 (야5당이) 어제 발의한 특검법을 20일간의 숙려기간 없이 바로 병합해 상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날 발의한 특검법안을 신속 처리하기 위한 ‘꼼수’라는 것이다. 해당 특검법안은 대법원장이 특검 후보 4명을 추천하고, 민주당과 비교섭단체 야당이 이를 2명으로 추리면 그중 1명을 대통령이 임명토록 했다. 한 대표가 언급한 ‘제3자’인 대법원장이 특검을 추천하는 방식을 택했지만, 사실상 야당에 후보 거부권을 준 것이 핵심이다. 한 대표는 전날 “(민주당 특검법)내용을 봤는데 바뀐 게 별로 없더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발의에 대한)제 입장은 같다”고 말했다. 제3자 추천 특검법 추진에 대한 의지를 거듭 밝힌 셈이다.

그러나 ‘계엄령 준비 의혹’ 제기 이후 민주당의 특검법 또한 ‘탄핵 빌드업’이라는 당내 부정적 기류가 확산되면서 한 대표의 특검법 발의 여건은 더 협소해지는 양상이다. 친윤(친윤석열)계인 추경호 원내대표는 “수사기관(공수처)의 결과가 발표된 뒤 국민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다고 판단될 때 특검을 검토한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못 박았고,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제3자 특검법이라도 당내 의견 수렴 절차가 있어야 하고 정부와 사전 교감도 필요한데, 그 과정에서 특검법이 우리 당내 동의를 받기 어렵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런 기류를 감안할 때 당내 다수는 한 대표가 공수처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여론 수렴을 이유로 시간을 끌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전망한다. 이 경우, 야당의 ‘바지 사장’이라는 비난 속에 ‘소수파’ 당 대표의 리더십을 둘러싼 당내 논란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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