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폭락에 상복 입고 만장 든 진주 농민들
4일 진주 시청 앞에서 투쟁 선포식
상복 입고 만장·수확한 벼 손에 들어
쌀값 폭락 반발…전국 곳곳서 투쟁
경남 진주시 농민들이 상복을 입은 뒤 만장을 들고 투쟁 선포식을 가졌다. 쌀값 폭락으로 인한 대책 마련을 촉구 중인 농민들은 진주뿐만 아니라 합천 등 전국 곳곳에서 투쟁 선포식을 잇따라 개최했다.
전농 부경연맹 진주시농민회는 4일 진주시청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투쟁을 선포했다. 상복을 입고 만장과 수확한 벼를 손에 쥔 이들은 “벼 수확기를 맞은 농민들은 역대급 쌀값 폭락과 함께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면서 “이런 절박한 사정을 알리기 위해 농민투쟁 선포식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실제 쌀값은 현재 10개월째 추락을 거듭하고 있고, 그사이 한 차례의 반등도 없었다. 지역별로 일부 차이가 있지만 쌀 한 가마니(정곡 80kg) 가격은 지난해 10월 21만 원대에서 올해 8월 17만 원대로 폭락했다. 지역별로 17~18% 정도 떨어진 셈이다.
진주시 농민회는 “10개월도 안 되는 동안 쌀값이 17.5% 떨어졌다. 45년 만에 최대 폭락이라던 2022년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서울 식당들은 공깃밥 한 공기에 2000원씩 받는데, 농민들은 밥 한 공기 쌀값으로 200원을 간신히 받는 수준”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쌀값 폭락의 원인은 연간 국내 생산량의 11%에 달하는 40만 8700t의 수입쌀 때문”이라며 “기후 재난으로 농사짓기 어려운 현실이 더해지며 농민 삶은 절벽 앞에 놓여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를 상대로 농산물 과잉 수입 중단을 촉구한 이들은 진주시청 앞에서 농업기술센터까지 차로 행진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쌀값 폭락에 반발해 투쟁에 나선 농민은 진주뿐만이 아니다. 이날 경남 합천군을 비롯해 전국 곳곳의 농민들이 결의대회를 열고 정부에 쌀값 보장을 요구했다. 특히 충남·강원 등 일부 지역에서는 논 갈아엎기가 진행되기도 했다.
합천군 농민단체는 “정부는 쌀값 폭락 원인을 소비 부진 탓이라고 말하며 미온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며 “올해 쌀 가격 하락 원인을 정부가 해마다 많은 쌀 수입을 하면서도 시장 격리가 의무화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거부한 데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체 농민의 60% 이상이 쌀을 재배하고 있는 만큼 쌀농사가 망하면 농민은 죽음뿐”이라며 “정부는 생산비가 반영된 쌀값을 보장하고, 양곡관리법을 즉각 개정하라”고 덧붙였다.
합천 농민들은 기자회견 이후 트럭 35대를 동원해 군청 인근을 도는 퍼포먼스를 진행했으며, 합천군의회에 농민들의 요구를 담은 건의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