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연금 개혁안, 사회적 논의·대타협 기회로 삼자
논쟁하되 소모적 갈등 줄이는 지혜를
미루면 어려워져… 차근차근 풀면 돼
정부의 국민연금 개혁안이 4일 발표됐다. 보험료율(내는 돈)과 소득대체율(받을 돈)을 조정하는 모수 개혁에 그치지 않고 ‘세대 간 형평성’과 ‘재정 지속 가능성’에 초점을 둔 구조 개혁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우선 21년 만에 정부가 단일안을 제시해 국회에 넘기는 것 자체는 평가해야 한다. 이미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사회적 논의가 시작되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연금 개혁으로 가는 길은 온통 지뢰밭이다. 이해 상충이 불가피해서다. 청년층과 중장년층, 국민연금 가입자와 기초연금 수급자 사이에 상대적인 형평을 조율하지 못하면 갈등만 키울 뿐이다. 우리 사회의 성숙도를 증명하는 시간이 시작됐다.
정부안은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소득대체율은 40%에서 42%로 올리는 것이다. 보험료율은 20대는 1년에 0.25%P씩, 50대는 1.0%P씩 올리게 된다. 또 국민연금 지급을 법으로 보장한다. 청년 세대의 부담과 불신을 줄이는 조치라는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보험료율 차등은 부모와 자녀를 동시 부양하는 중장년층에 부담이라서 세대 갈등 요인이 된다. 재정이 안 좋으면 지급액이 줄어드는 자동조정장치 방식이 제안됐지만 고정적인 보장의 원칙에 반한다는 비판이 잦아들지 않는다. 기초연금을 인상하면 생계급여에서 그만큼 감액되기 때문에 고령자 빈곤 대책으로 효과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퇴직 후 소득이 없는 상태에서 그나마 국민연금 의무가입 10년도 채우지 못해 국민연금 밖으로 밀려난 고령자가 늘고 있다. 노인 빈곤율이 높은 이유다. 이 때문에 정부는 국민연금 의무가입 연령을 59세에서 64세로 5년 연장하는 안을 공론에 부쳤다.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65세로 늦춰지는 상황에서 의무가입 연령을 올려 보험료를 더 내게 유도하자는 것이다. 통상 55세 전후로 퇴직이 시작되는 사정과, 신중년(55~64세) 취업이 저임금 위주인 점을 감안할 때 납부 종료 시한만 늘어나는 건 의미가 없다. 자칫 60대 초반의 소득 공백 우려도 있다. 정년 연장 등 노동개혁이 수반돼야 하기 때문에 정부의 지속적인 추진이 필요한 대목이다.
정부의 국민연금 개혁안은 젊은 세대의 신뢰, 재정 안정성, 기초연금·노동개혁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건 이해 관계가 다른 사회 구성원들을 설득하고 사회적 대타협으로 이끄는 것이다. 논쟁은 불가피하겠지만 소모적 갈등으로 비화되지 않게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원 포인트 합의가 어렵다면 우선 21대 국회에서 공감대에 근접했던 모수 개혁에 우선 순위를 둬도 된다. 22대 국회에 별도 기구를 설치하거나 국민 여론을 수렴하는 것도 방법이다. 연금 개혁은 미루면 미룰수록 어려워진다. 당면한 정치 선거가 없는 지금이 절호의 기회라는 점 정부와 정치권은 잊어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