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또다시 응급실 못 찾아 사망, 추석 앞둔 국민 불안하다
연휴 대비 응급의료 대책 마련하길
정부·의료계 환자 목숨 외면 말아야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의료 공백과 응급실 대란으로 안타까운 죽음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부산 기장군의 한 공사 현장에서 추락한 70대 노동자가 병원 응급실을 찾아 돌다 수술 골든타임을 넘겨 끝내 숨진 사실이 드러났다. 〈부산일보〉에 따르면 지난 2일 공사장 2층에서 바닥으로 떨어진 A 씨는 119구조대 출동 당시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구급대원들이 구급차를 갓길에 세워 놓고 병원 여덟 군데에 연락했지만, 모두 진료가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결국 기장에서 50km나 떨어진 부산 서구의 대학병원까지 갔으나, 수술할 전문의가 없어 다른 병원을 알아보던 중 사망했다. 유족들은 “수술만 빨리했어도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애통해하고 있다.
정부는 응급의료 체계가 정상 가동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응급실 사정은 전혀 딴판이다. 전공의 이탈 장기화로 의료진의 피로도가 극심해지면서 상당수 응급실이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 현재 부산권역응급의료센터 동아대병원은 소아청소년과, 성형외과, 신경외과, 정형외과 등 11개 과의 응급실 진료와 수술이 불가하다. 인제대 해운대백병원도 내과, 신경과, 정형외과 등 8개 과는 수술 불가, 소아과는 입원 환자 외 진료를 보지 않고 있다. 응급환자의 최종 치료 보루인 권역응급진료센터마저 무너진 것이다. 정부는 군의관과 공중보건의 230명을 응급실 중심으로 투입한다고 하지만, 사태 해결에 역부족인 상황이다.
문제는 불과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추석 연휴의 응급실 대란 우려다. 병원이 정상 진료를 하지 않는 추석 연휴에 아프면 찾아갈 곳이 응급실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추석을 기점으로 응급진료가 안 되는 질환이 더욱 증가하고 응급실을 닫는 대학 병원이 늘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해 추석 연휴 응급실 이용 환자는 평상시 대비 72%나 늘었다고 한다. 경증 환자 비율도 추석 전 50%에서 추석 연휴 60%로 증가했다고 한다. 국민 사이에서는 “이번 추석에는 절대 아프면 안 된다”라는 위기감까지 감돌 정도이다. 이 와중에 사태를 수습해야 할 정부와 여당은 입장 차이로 오히려 갈등만 키우는 모양새다.
정부는 의료 현장 상황부터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다. 어떤 경우라도 국민 생명과 직결된 응급의료 시스템이 무너지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 또한, 의료계 설득과 대타협을 위해 전향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의사들은 의료 현장에 먼저 복귀한 뒤 본인들의 주장을 이성적으로 피력하길 바란다. “어떤 상황에도 필수 의료가 마비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라는 의사들의 약속은 이미 거짓말이 된 상황이다. 응급실 앞에서 죽어가는 국민이 늘어나는데도 현장 복귀를 거부하는 것은 너무나 비도덕적이다. 정부와 의료계는 추석 명절 응급의료 대책을 세워 더 이상 억울한 죽음과 고통이 없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