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점차 4%P 더 내고 연금은 2%P 더 받는다 [국민연금 개혁]
정부 발표 주요 내용
보험료율 현 9%에서 연령대별 차등 인상
2040년까지는 전체 13%까지 오르게 돼
명목소득대체율은 40%에서 42%로 올라
지급보장 명문화, 출산·군 크레디트 도입
정부가 현행 9%인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13%까지 올리고, 소득대체율(생애평균소득 대비 노후연금 비율)은 40%에서 42%로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하는 연금개혁안을 내놨다. 보험료율 인상 속도는 세대별로 차등화하고, 국민연금의 국가 지급 보장도 명문화한다. 정부가 단일한 국민연금 개혁안을 내놓은 것은 2003년 이후 21년 만으로, 이를 통해 현재 2056년으로 예상되는 기금 고갈 시점을 2088년까지 늦춘다는 계획이다.
■4%P 더 내고 2%P 더 받는다
정부의 개혁안은 큰 틀에서 ‘더 내고 더 받는 안’이다. 이번 개혁안의 핵심은 국민연금 제도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보험료율은 현재 소득의 9%에서 13%로 4%포인트(P) 인상하고, 명목소득대체율을 40%에서 42% 수준으로 2%P 상향하는 것이다.
1988년 국민연금 제도 도입 당시 3%였던 보험료율은 1993년 6%, 1998년 9%로 인상된 이후 26년간 현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그간의 공론화 결과를 고려해 13%까지 인상하되 보험료율 인상으로 인한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명목소득대체율은 40%에서 42%로 상향 조정된다. 명목소득대체율은 은퇴 전 소득 중 연금으로 대체되는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로 국민연금을 40년 가입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연금의 수준을 의미한다. 국민연금 도입 당시 70%였으나, 1998년 1차 연금개혁으로 60%로 낮아졌고, 2007년 2차 연금개혁을 통해 매년 0.5%P씩 단계적으로 낮아져 2028년 40%가 된다. 현행 제도 대로면 국민연금 기금은 2056년이면 고갈된다. 정부안은 앞으로 소득대체율을 더 떨어뜨리지 않고 올해 소득대체율인 42% 수준으로 고정하자는 것이다.
정부는 여기에 장기 기금운용수익률을 현행 4.5%에서 5.5%로 1%P 높이는 안을 제시했다. 복지부 추산에 따르면 기금운용수익률을 1%P 높이면 재정적으로는 보험료율 2%P를 높이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기금 규모는 1036조 원으로 1988년 제도 도입 이후 연평균 5.92%의 수익률을 내고 있다. 현재 58%인 국민연금기금의 위험자산 비중을 65%로 높이고 기금운용 전문 인력을 대폭 확대해 현재까지의 누적수익률에 준하는 수준으로 장기 수익률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다. 정부는 2056년으로 예고된 기금 고갈 시점을 2072년까지 16년 연장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세대별 보험료율 인상 속도 차등화
수명이나 가입자 수와 연계해 연금 수급액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자동 조정 장치’ 도입도 이번 계획의 핵심 내용이다. 현재 국민연금은 소비자 물가 변동률에 따라 연금액을 매년 조정해서 실질 가치를 보전한다. 자동 조정 장치가 도입되면 물가상승률에 최근 3년간의 가입자 수 증감률, 기대여명 증감률을 반영해 연금액 인상률을 조절한다.
예를 들어 현재는 전년도 물가상승률이 2%라면 그만큼의 연금액이 인상되지만, 가입자 수가 0.5% 줄고, 기대여명이 0.5% 상승할 경우 1%를 조정률로 적용해 연금액 인상률이 1%로 낮아진다. 명목상 연금액은 오르더라도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가치는 떨어질 수 있는 셈이다.
세대별로 보험료율 인상 속도를 차등화 시킨 것도 이번 정부안의 특징이다. 복지부는 4%P의 보험료율 인상분을 50대는 4년간 1%P, 40대는 8년간 0.5%P, 30대는 12년간 0.33%P, 20대는 16년간 0.25%P씩 높이는 안을 제시했다. 조 장관은 “이번 개혁에 따라 보험료율이 인상되면 납입 기간이 많이 남아 있는 젊은 세대일수록 부담이 커지게 되는데, 이 같은 형평성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잔여 납입 기간을 기준으로 보험료율 차등 인상 방안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 지급 보장도 법에 명문화하기로 했다. 정부가 제시한 모수개혁과 자동 안정 장치 등 연금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개혁이 이뤄지는 것이 전제다.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가입 기간을 더해주는 크레디트 제도도 강화한다. 출산 크레디트를 현행 둘째 아이에서 첫째 아이까지 확대하고, 6개월만 인정되는 군복무 크레디트도 18~21개월인 군 복무 기간에 맞춰 확대된다.
현재 59세까지인 의무가입 연령도 64세까지 상향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소득이 있을 경우 연금 수급 직전까지 국민연금을 납부해 가입 기간을 늘리면 그만큼 실질 소득대체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인데, 정년 연장 없이 의무가입 기간만 늘어날 경우 60대 초반의 소득 공백이 더 심해질 우려가 있는 만큼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