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결합 요구하다 흉기 휘둘러
경찰, 계획 범죄 가능성 등 수사

부산 연제경찰서 건물 전경

부산에서 헤어진 여자 친구를 살해하고 옥상에서 뛰어내리려 한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재결합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교제 살인’이다.

4일 연제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연제구 한 오피스텔에서 전 여자 친구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30대 남성 A 씨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 씨는 3일 오후 7시께 전 여자 친구인 20대 여성 B 씨 집을 찾아가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살인)를 받고 있다.

A 씨와 B 씨는 1년가량 교제한 후 헤어진 지 10일이 지난 사이였다. 이별 후 B 씨는 다시 만나자는 A 씨의 제의를 거절해 왔다.

A 씨는 재결합을 요구하기 위해 사건 당일 오후 6시 50분께 B 씨의 집을 찾았다. 이후 말다툼을 벌이던 A 씨가 돌변했다. 그때까지 A 씨가 과격한 성향을 보여 경찰 조사를 받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고 한다. 말다툼을 벌일 때에도 위협을 가하거나 손발을 구속하려는 등 일종의 전조현상도 없었다. A 씨는 순식간에 집에서 챙겨간 흉기를 B 씨에게 휘둘렀다. 경찰은 A 씨가 흉기를 미리 준비했다는 점 등을 고려해 계획 범행 가능성도 수사하고 있다.

범행 직후인 오후 7시, A 씨는 직접 112에 전화해 “여자친구를 죽였다”고 신고한 후 오피스텔 옥상으로 올라가 투신하려 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흉기에 찔려 의식을 잃은 채 심정지 상태인 B 씨를 발견했다. B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A 씨는 투신하기 위해 옥상 난간에 걸터앉아 있었다. 경찰은 투신하려는 A 씨를 설득하고 대치하는 과정을 거쳐 오후 7시 35분께 검거했다.

한편, 다툼이나 이별 통보 등을 이유로 연인을 살해하거나 연인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교제 범죄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전국에서 교제 폭력으로 형사 입건된 피의자 수는 2021년 1만 538명에서 2022년 1만 2828명, 지난해 1만 3939명으로 증가세를 보인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