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억 원 넘게 썼는데 친수공간 글쎄” 진주 가좌천 어쩌나
2010년부터 친수공간 조성 사업 잇단 추진
시설 개선에도 활용 미미…예산낭비 지적도
물 흐르지 않고 악취…개선 방안 마련해야
친수공간 조성을 위해 수백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경남 진주시 가좌천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풀이 무성해 하천 주변에 접근조차 할 수 없는 데다 우수기를 제외하면 거의 물이 흐르지 않아 벌레가 들끓는 상황이다. 경상국립대가 대학 주변을 공원화하는 방안을 구상 중인 가운데 친수공간 기능이 사라진 가좌천이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5일 진주시 등에 따르면 남강의 줄기인 진주 가좌천은 내동면 신율리에서 가호동 일대 약 4km 길이 하천이다. 하천 중간 부근에 경상국립대 가좌캠퍼스와 대학가가 자리 잡고 있다. 인근에 조성 중인 진주복합터미널이 내년 말 준공되면, 하천 주변 이동객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경상국립대는 진주 가좌캠퍼스 주변 공원화와 캠퍼스 개방을 계획 중이다. 수목이 잘 조성된 대학 캠퍼스 산책은 물론, 주차장, 도서관 등 일부 대학 시설 이용을 허용할 생각이다. 대학 주변 상권 활성화가 기대되는데, 가좌천의 역할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학 관계자는 “가좌천은 대학과 상권을 이어주고 있는 하천이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하다. 지금도 가좌천을 오가는 이용객이 많지만 앞으로 캠퍼스가 개방되면 가좌천 주변으로 이동량이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가좌천의 친수공간 기능이 사실상 사라졌다는 것이다. 원래 가좌천은 수질이 나쁘고 쓰레기가 자주 버려져 지역민들이 기피하는 하천으로 꼽혔다. 그러다 2010년 중반부터 친수공간 활용을 위한 다양한 사업이 추진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게 국비 포함 200억 원이 투입된 ‘고향의 강’ 사업이다. 2010년 국토교통부 ‘고향의 강’ 사업에 선정되면서 20018년까지 하천 복원·정비 프로젝트가 이뤄졌다. 하천 내 콘크리트 구조물 철거와 함께 인공섬·분수대·수생식물·강변 산책로·자전거도로 등을 조성해 생태하천으로 탈바꿈하는 사업이었다. 이어 진주시와 경상국립대, 주민 등이 동참한 ‘볼래로 문화거리 조성 사업’과 ‘가좌천 친수공간 조성 사업’도 추진됐다. 각각 27억 원, 5억 원 정도가 투입됐고 하천 주변으로 경관조명·야외무대·전시 구간 등이 조성됐다.
10년 넘는 세월 동안 가좌천 친수공간 조성·활용을 위해 230억 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됐지만 가좌천의 친수공간 기능은 기대했던 것만큼 나아지지 않았다. 시설 자체는 개선됐지만 활용성은 여전히 낮은 편이다.
인근 상인은 “200억 원 넘는 돈이 투입됐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친수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예산이 투입됐지만 실제 활용도가 너무 떨어진다. 이 정도면 예산낭비 수준”이라고 불만을 내비쳤다.
가장 큰 문제는 물이 흐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상류에서 흘러 내려오는 수량이 적어 우수기를 제외하면 거의 물이 말라 있다. 이 때문에 물이 자주 고여 하천에 물때가 끼고 냄새가 나는 상황이다. 항상 물이 흐르기 위해선 남강과 연결된 관로를 매설하고 펌프를 설치해야 하는데 50억 원이 넘는 예산이 들다 보니 진주시도 쉽게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하천을 가까이서 보는 것도 불가능하다. 가좌천은 하천 자체는 작지만, 유역이 넓어 비가 조금만 와도 물이 급격히 불어나 안전사고 우려가 크다. 여기에 땅이 사실상 진흙으로 돼 있어 산책로를 만드는 것도 어렵다. 물이 흐르지 않고 풀만 무성히 자라다 보니 모기 등 벌레가 들끓고 있고 쓰레기 투기도 잇따르고 있다.
박미경 진주시의원은 “가좌천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이른 시일 내 쾌적하고 안정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