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 우키시마호 승선자 명부 전격 입수
일본 내부 조사 거친 19개 자료
기시다 총리 방한 앞두고 이뤄져
피해자 구제·사건 진상 규명 기대
속보=한국 정부가 일본 후생노동성이 보관해 온 것으로 드러난 우키시마호 승선자 명부(부산일보 5월 27일 자 1면 등 보도)를 전격 입수했다. 개인정보를 포함한 피해자 명단을 처음 확보하면서, 80년 가까이 미제로 남은 우키시마호 사건이 새 국면에 돌입할 전망이다. 특히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방한을 앞두고 명부 제공이 이뤄져, 사건에 대한 양국 정상의 메시지도 주목받는다.
외교부는 “일본 정부와 교섭을 거친 결과 우키시마호 승선자 명부를 확보했다”고 5일 밝혔다. 1945년 8월 22일 수천 명의 한국인 강제징용자를 태우고 부산으로 향하던 ‘해방 귀국선’ 우키시마호는 이틀 뒤 일본 마이즈루 앞바다에서 선체 폭발과 함께 침몰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일본은 내부 조사를 거쳐 19건의 승선자 자료를 우리나라로 넘겼다. 추가 조사를 통해 다른 명부들도 추후 제공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6월 외교부는 행정안전부의 요청에 따라 일본 후생노동성과 우키시마호 승선자 명부 제공을 두고 협의해 왔다.
한국 정부는 우키시마호 명부를 피해자 구제, 사건 진상 규명 등에 활용할 예정이다.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 관계자는 “과거 대일 항쟁기 강제동원 피해 조사 당시 근거자료가 부족해 위로금 지급이 기각당한 우키시마호 유족들이 있다”면서 “행안부에 명부를 전달하면 유족 위로금 지급 재심의에도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외교부는 명부가 개인정보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법상 정보 열람 권리가 있는 유족 등에게 이를 공개할 예정이다.
우키시마호 희생자 유족회와 시민단체는 명부 전체를 공개해 피해 규모를 구체적으로 추산하고, 진상 규명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명부 간 중복 인원 등에 대한 분석을 거쳐 여태껏 알려지지 않은 추가 희생자도 적극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사건 당시 일본은 우키시마호가 기뢰에 의해 폭침됐고, 승선자 3700여 명 중 524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유족은 일본이 고의로 배를 폭파했고 승선자 8000여 명 중 대다수가 사망했다고 주장한다.
우키시마호 유족회 한영용 회장은 “일본이 발표한 사망자 명부는 생존자 이름까지 포함되는 등 엉터리였다”면서 “정확한 피해 규모를 바탕으로 진상 규명, 유해 봉환에도 한국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초 일본 정부는 승선자를 포함해 70여 개의 우키시마호 명부를 보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명부의 존재를 최초로 밝혀낸 일본 저널리스트 후세 유진 씨에 따르면 오미나토 해군시설부에서 작성한 명부만 보더라도 승선자가 2429명으로 추정된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