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오염 하천토로 정수장 옆 부지 몰래 성토, 환경청 맞나
주민 반발에 뒤늦게 “주민 동의 얻겠다”
‘국민 안전’이라는 존재 이유 명심해야
낙동강유역환경청(이하 환경청)이 경남 창원시 대산정수장 옆 부지에 추진 중인 대규모 성토 사업을 두고 인근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 사업은 풍수해 대비용 토사를 비축하기 위한 것으로 2022년 시작됐다. 그런데 해당 토사가 환경청의 김해 화포천 정비공사 과정에서 나온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화포천은 물길을 따라 축사와 공장이 이어져 있어 오·폐수와 중금속 유출 논란이 끊이지 않는 하천이다. 그런 토사를 다른 데도 아닌 정수장 옆에 쌓고 있으니 식수 오염을 우려한 주민들의 반발은 당연하다. 거기에 주민들 몰래 사업을 추진한 정황까지 드러났으니 환경청에 비난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환경청은 해당 토사에 오염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과거 수질과 토양 오염이 빈번했던 화포천의 토사에 문제가 전혀 없다는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렵다. 몰래 사업을 추진했다는 주장에 대해 환경청은 과거 수차례 설명회를 가졌다고 반박하지만, 주민들은 민원을 해명하는 과정이었을 뿐 동의나 양해를 구하는 절차는 없었다고 일축한다.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지만, 논란이 확대됨에 따라 환경청이 최근 “모든 내용을 공개하고 원점에서 주민 동의를 얻어 사업을 추진하겠다”며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했다. 결국 주민 의사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했음을 환경청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환경청의 허술한 행정이 도마에 오른 것인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달 4일 민원을 통해 알려진 부산 강서구 에코델타시티 인근 평강천 오염 사건이 한 예다. 평강천 준설 과정에서 오염 탁수가 유입된 것으로, 환경청은 해당 민원이 제기될 때까지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현장 점검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평강천 준설 사업이 이미 3년 가까이 진행됐다는 점에서 환경청의 직무유기를 지적할 수밖에 없는 사건이었다. 지난해 말 함안칠서산단 폐기물처리시설 건립에 따른 논란도 마찬가지다. 환경청이 주민들 몰래 사업을 추진하다 들켜 집단 반발을 초래한 이 일은 현재 대산정수장 성토 사업과 판박이다.
환경청은 생태친화적인 국토 관리를 통해 이른바 환경복지를 실현하는 기관이다. 국민 안전이 환경청 행정의 최고 가치가 돼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근래 환경청의 모습은 그런 국민적 기대와는 거리가 멀다. 오염 가능성이 있는 하천토를 정수장 인근에 몰래 성토하는 행위에 대해 국민이 느끼는 감정이 어떻겠는가. 환경청이 늦게나마 주민들에게 동의를 구하고 투명하게 사업을 벌이겠다고 밝힌 점은 다행이나, 이미 신뢰를 잃었다는 점에서 안타깝다. 당부하건대, 환경청은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향후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환경청의 존재 이유는 첫째도 둘째도 국민 안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