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환경청, 정수장 옆 오염 의심 흙 몰래 버리다 ‘들통’
창원 대산정수장 인근 폐천 부지에
김해 화포천 정비 토사 수천t 성토
주민 “오폐수 우려 안전 도외시”
사전 동의 전제 불구 공청회도 없어
낙동강청 “1등급 나와 문제 없다”
토사 반입 중단 뒤늦게 설명회 물의
낙동강유역환경청(이하 낙동강청)이 경남 창원시에 식수를 공급하는 대산정수장 지근거리에 오염이 의심되는 김해 화포천 흙을 비축하는 사업을 시민 몰래 벌이다 들통이 났다. 환경 관리·보존 의무는 물론 각종 규제 권한을 행사하는 환경 당국의 ‘내로남불’ 행태라는 비난이 쏟아진다. 5일 낙동강청 등에 따르면 환경청은 2022년 6월부터 김해 화포천 1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을 진행하면서 나온 토사를 창원시 의창구 대산정수장 인근 폐천 부지로 옮겨왔다. 해당 부지는 약 18㎡ 규모로 국공유지 83%, 창원시유지 17%가 맞물려 있다. 낙동강청은 이곳에 약 5m 높이의 토산을 쌓을 흙 110만t을 옮기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그동안 25t 덤프트럭 300대가 이곳으로 흙을 퍼 나른 것으로 파악된다.
화포천 1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은 화포천에 저류지를 조성하고 강 폭을 3m가량 넓혀서 수해를 예방하기 위한 것으로 환경청이 2021년 4월부터 추진했다.
문제는 해당 폐천 부지가 창원시 의창구 동읍·대산면·북면 주민 약 26만 명의 식수를 책임지는 대산정수장과 불과 200m 거리로 인접해 있다는 점이다. 주민 등에 따르면 낙동강청은 이 사업 과정에서 공청회 등 주민 동의 절차도 진행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사업 관련, 낙동강청은 창원시에 공문을 발송해 ‘주민 동의’를 전제로 한 사용승인 허가를 받은 바 있다. 결과적으로 낙동강청이 주민 몰래 사업을 추진하다 들통난 꼴이다.
대산면 이장협의회와 대산정수장지키기 주민대책위원회는 “주민 안전과 건강에 관심 없고, 대산면의 발전과 미래에 관심 없는 낙동강청의 태도를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일본에서도 방재 스테이션을 구축할 땐 상수원 보호구역 등 주변 환경을 고려한다”며 “우리는 사업 원천 무효를 요구하며 대산면 어느 곳에도 김해 화포천 준설토를 반입시켜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화포천 토사 오염 여부도 제대로 확인되지도 않았다는 게 주민들 주장이다. 실제 화포천은 강줄기를 따라 축사·공장이 다수 자리 잡고 있는 데다 과거 오폐수와 중금속 유출 등 문제로 수질과 토양 오염도 빈번했던 곳이다. 낙동강청은 성토할 흙의 오염도에 대해서는 전문 업체를 통해 3주 정도 조사한 결과, 과수원·어린이 놀이시설·학교 용지 등으로 사용할 수 있는 ‘1지역’(1등급)으로 나타났다고 해명했다.
주민들은 이런 해명을 믿지 않는 분위기다. 토양 오염 조사가 김해 화포천 주변 한 농장의 흙을 대상으로 진행돼 화포천의 제방이나 바닥에서 나오는 준설토와 오염도가 다르다는 주장이다. 2022년 11월 하천기본계획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화포천 저질 현황이 ‘보통~약간 나쁨’ 등급을 받은 걸 근거로 든다.
결국 낙동강청은 토사 반입을 멈추고 뒤늦게 대산면 주민들을 만나 사업 현황을 설명하며, 곧바로 폐천 부지를 대상으로 문화재 시굴조사에 착수했다. 이미 토사를 갖다 부어놓고 뒤늦게 절차를 밟는 상황이 됐다. 낙동강청은 오는 10월께 문화재 조사를 완료하고 공청회를 열어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 뒤 올해 말 성토 작업을 재개한다는 계획이다.
낙동강청 관계자는 “화포천 전체 구간의 제방을 깎아내 반출하는 게 아니고, 농장을 낀 600m 정도 구간의 흙을 옮기는 것”이라며 “문화재 조사 후 결과를 가지고 주민들을 설득해 나갈 예정이지만 합의가 안 된다면 그때 다시 논의를 거쳐야 할 문제”라고 해명했다.
글·사진=강대한 기자 kdh@busan.com
강대한 기자 kd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