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빈집 SOS'] 도시재생 대상 빈집 87채 중 부산시 통계 잡힌 건 1채뿐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신병윤 동의대 건축학과 교수

“도새재생사업 대상 지역 빈집 87채 중에 부산시의 빈집 통계로 잡힌 건 1채뿐이었습니다. 나머진 대부분 무허가 빈집이라는 뜻이죠.”

2018년부터 부산 영도구 봉래2동 봉산마을에서 ‘빈집 줄게 살러 올래’ 등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해 온 신병윤 동의대 건축학과 교수는 심각한 빈집 문제에 대한 대응을 위해선 무허가 주택을 포함한 정확한 빈집 실태 파악이 하루라도 빨리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봉산마을에서 마을 전체 400여 세대를 통장. 마을 주민들과 가가호호 방문해 빈집 조사를 했고 총 87채의 빈집을 확인했다. 그는 “2020년 부산시가 내놓은 빈집 통계를 보니 우리가 빈집으로 파악한 87채 중 1채만 통계로 잡혀 있었다”며 “무허가 빈집이 빠진 통계의 허점과 심각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부산에 원도심을 중심으로 고밀도로 분포하고 있는 무허가 주택들이 빈집 발생과 확산에 가장 큰 원인과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 교수는 “부산은 해방과 피란으로 많은 인구가 외지에서 원도심을 중심으로 몰려들었고, 급격한 도시 개발과 산업화를 거치며 정책 이주가 활발하게 이뤄지며 고밀화된 도시”라며 “그렇게 해서 생겨난 무허가 주택들을 뺀 빈집 실태 조사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꼬집었다.

신 교수는 부산 해안가와 도심에 아파트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고, 시 외곽지에 에코델타시티 등 대규모 택지 개발이 한창인 상황에서 원도심의 인구 유출은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고 봤다. 그러면서 “부산은 노후주택율이 전국 시도 중 최고(68.7%·2023년 기준)일 정도로 낡고 오래된 집들이 많고, 주택보급율은 이미 100%를 넘어섰다”며 “노후 주택이 많은 원도심 산복도로, 구릉지와 정책 이주 지역에서 빈집이 더욱 가파르게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신 교수는 무허가 주택을 포함한 실제 부산의 빈집 수는 2020년 조사 결과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본다. 현장에서 빈집 실태를 낱낱이 목격했던 경험을 토대로 한 합리적 추정이다.

신 교수는 “현장에선 빈집이 무서운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데 정부와 지자체는 이제야 빈집 실태 조사를 벌이고 정비 계획을 세우는 등 걸음마 수준의 대응에 머물고 있다”며 “빈집 문제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인식 전환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글·사진=이대성 기자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