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군의회, 산지유통센터 민간위탁 동의안 돌연 부결 ‘왜’
지역 농협 6곳 공동법인이 운영
타 용도 불가에도 임대 사업 진행
군의회 제동…임대료 환수 검토도
사과를 비롯해 경남 서북부지역 농산물의 저장·유통을 맡아온 거창군 서북부경남 산지유통센터(이하 APC) 운영에 빨간불이 켜졌다. 올해 APC 민간위탁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재계약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데 거창군의회가 민간위탁 동의안을 돌연 부결했기 때문이다. 군의회는 위탁운영자가 계약조건을 어겼다며 다른 운영 주체를 찾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6일 거창군과 거창군의회 등에 따르면 최근 군의회 산업건설위원회가 군이 올린 ‘서북부경남 거점산지유통센터 민간위탁 동의안’을 부결시켰다.
해당 APC는 1만 1093㎡ 부지에 집하·선별장, 저온저장시설을 갖춘 과수 전문 거점산지유통센터다. 거창뿐만 아니라 함양과 합천 등 인근 지역 과일까지 저장·유통한다. 지난 2009년 국비 포함 230억 원이 투입돼 거창군 거창읍 대평리에 조성됐는데, 주로 거창 지역 특산물인 사과를 취급하고 있다.
홍로 품종의 경우 저장성이 떨어져 추석 전에 대부분 소비를 하지만 부사 품종은 저장성이 높아 APC 저온저장고에 보관하면 연중 출하가 가능하다. 가격 등 조건에 따라 수급 조절을 해 홍수 출하를 막을 수 있는데, 해당 APC의 경우 사과 기준 연간 1만 5000t의 물량을 처리할 수 있다.
APC의 운영은 민간에서 도맡았다. 조성 당시 거창과 함양, 합천군 14개 농협이 공동 출자해 설립한 법인 주식회사 NH 유통에 의해 운영되다 2022년부터 거창지역 농협 6곳이 공동 출자한 ‘거창한거창조합공동사업법인(이하 법인)’이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최근 군이 법인의 수익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법인이 운영 규정을 어겼다는 걸 파악했고, 군의회에서 민간위탁에 제동을 걸었다. APC는 농산물 저장과 유통은 가능하지만 다른 용도로는 이용할 수 없다. 타 용도로 이용 시 지자체 등과 상호 협의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지만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현재 APC에 있는 저온저장고는 총 3개 동으로, 법인은 2022년부터 최근까지 지자체와 협의 없이 1개 동을 무단으로 임대해 부당한 이득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 결과 법인은 2022년 3월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저온 저장고를 민간 업체에 임대하고 월 550만 원씩 임대료를 받았다. 또 지난해 말부터는 저온저장고 절반을 300만 원에 임대하기도 했다.
산업건설위원회 이홍희 군의원은 “법인이 APC를 운영하기 시작한 게 2022년 1월부터인데, 3월부터 임대사업을 시작했다. APC 운영 전부터 사업을 하려고 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사과 원물을 많이 확보해서 비싸게 팔아주는 목적을 가져야 하는데 무단으로 임대사업을 했다는 점에서 명백한 협약 위반이다. 협약을 어긴 운영주체는 민간위탁 자격 결격 사유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이홍희 군의원은 또 저온저장고 운영 방식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사과 원물이 부족하면 농가를 돌며 원물을 확보하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가만히 앉아서 돈을 벌 수 있는 임대사업을 하다 보니 원래 목적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홍희 군의원은 “사과 전문시설인데 사과가 아닌 양파와 배추 등 다른 농작물을 보관했다. 군에서 추진 중인 거창사과 제값 받기 사업에도 찬물을 끼얹은 행위”라고 말했다.
군의회 지적에 따라 군은 현재 임대료 환수 조치까지 검토 중이다. 이에 대해 법인 측은 APC 운영비 마련을 위해 임대 사업을 해왔다고 군에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APC 순수익은 연간 2~3억 원 정도인데, 저온저장고 전기세가 매달 1000만 원 이상 나온다. 운영비 마련을 위해 임대 사업을 했다고 하는데 정확한 내용을 파악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APC 위탁운영 계약은 올해 말까지다. 군의회가 법인의 민간위탁 동의안을 부결하면서 새로운 위탁운영자를 선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군의회는 군에 전국 공모를 제안했으며, 군은 업무 인수인계 등을 고려해 오는 11월쯤 공모를 진행할 방침이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