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나전농공단지 교통안전 사각지대 ‘위험천만’
6일 하나전 삼거리서 사망사고 발생
굽고 경사진 도로 시야 확보 어려워
잇단 유사 사고에도 후속 조치 없어
“신호기·과속방지턱 등 시급” 목소리
경남 김해시 나전농공단지 주변의 교통환경이 열악해 운전자들이 불안함을 호소한다. 도로 구조상 시야 확보가 어려운데도 신호기나 과속방지턱이 없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8일 경찰과 소방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오전 7시 38분 김해시 생림면 나전로248 앞 삼거리에서 4중 추돌사고가 발생해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다쳤다.
SUV 차량이 삼거리에서 좌회전하던 중 직진하던 레미콘 차량에 좌측을 부딪쳤다. 충격을 받은 SUV 차량은 맞은 편에 정차해 있던 5t 트럭, 승용차와 차례로 충돌했다.
이 사고로 SUV 차량 운전자 A(22) 씨가 크게 다쳐 병원 이송 중 숨졌다. 다른 차량 운전자 60대 남성 2명과 30대 여성 1명은 경상을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목격자 B 씨는 “사고 현장은 처참했다”며 “평소에도 통근 차량과 화물 차량이 뒤엉켜 늘 사고 위험이 따르던 곳이다. 나전삼거리부터 내리막길인 사고 현장까지 속도를 내는 차량이 많다. 왜 지금까지 조치가 없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사고는 하나전 버스정류장 바로 앞에서 났다. 나전농공단지에서 오르막길을 오르면 좌우로 길이 갈린 ‘T’자 모양의 삼거리다. 본보 취재진이 8일 사고 현장을 방문했을 땐 당시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바닥을 할퀴고 간 바퀴 자국이 선명했다.
좌우로 갈린 길은 인제대와 삼랑진 방향을 오가는 왕복 2차로인데, 두 도로는 나전농공단지 방향으로도 오갈 수 있게 돼 있다. 어느 쪽에서든 각기 다른 방향에서 진입하는 차량이 잘 보이지 않았다. 도로가 굴곡지거나 경사가 져 운전자 시야 확보가 어려웠다.
열악한 도로 상황에도 불구하고 신호등이나 과속방지턱은 설치돼 있지 않았다. 그나마 하나 있는 반사경도 표면이 불투명한 상태여서 차량 진입 여부를 알려주지 못했다. 사고 현장과 불과 100여 m 떨어져 있는 나전삼거리도 상황은 비슷했다.
오래전부터 나전농공단지 주변에서는 크고 작은 사고들이 잇따랐다. 대표적으로 2017년 6월 경차와 충돌한 덤프트럭이 나전삼거리 편의점으로 돌진하는 아찔한 일이 발생했다. 2015년 10월에는 45t 크레인 차량과 3.5t 트럭이 충돌해 트럭 운전자가 현장에서 사망했다.
잦은 사고 발생에도 지금까지 별다른 후속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사고로 불안감을 호소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운전자들의 목소리가 커진다.
사고 현장 인근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는 C 씨는 “주변에 공장이 많아 큰 차가 많이 오가고, 출·퇴근, 점심시간에 차량이 몰린다. 신호기가 없어 운전자들이 서로 눈치 보며 차를 들이밀다 보니 사고도 잦다”며 “신호등이나 과속방지턱을 설치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경민 기자 mi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