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쩍 늘어난 천연기념물 수달… 민물고기 어민엔 ‘골칫덩어리’
남강·영천강 등서 자주 목격
토종 어류 잡아먹어 어업 타격
보호종 포획 불가해 전전긍긍
최근 남강과 영천강, 덕천강 등을 중심으로 천연기념물 수달 개체 수가 늘면서 목격담이 잇따르고 있다. 천연기념물인 만큼 새로운 볼거리라며 반색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한편에선 수달로 인한 피해 사례가 부쩍 늘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8일 경남 진주시와 남강 주민들에 따르면 최근 남강 둔치에서 수달이 심심찮게 발견된다. 10여 년 전만 해도 남강에서 수달 모습 보기는 하늘의 별 따기였지만 요즘은 다르다. SNS 등에 수달 목격담은 물론, 사진·영상을 공유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진주시 평거동에 사는 김유진 씨는 “저녁 늦게 남강으로 운동을 자주 간다. 최근 두어 달 사이에만 2~3번 정도 수달을 봤다. 비가 올 때는 낮에도 볼 수 있다. 천연기념물인데 남강에서 이렇게 볼 수 있으니 신기하다. 개체 수가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수달은 모피를 얻기 위해 남획되고 삶의 터전인 하천이 황폐해지면서 개체 수가 급격히 줄었다. 이 때문에 198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고, 2012년에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포획이 안 되고 늑대 등 상위 포식자가 없다 보니 10여 년 만에 개체 수가 많이 늘어났다.
하지만 수달 개체 수 증가를 불편하게 보는 시각도 있다. 최근 남강에는 붕어와 쏘가리, 피라미, 꺽지 등 토종 어류가 크게 줄고 배스와 블루길 등이 늘었다. 특히 토종 어류 치어가 크게 줄었는데, 수달 개체 수 증가 때문이라는 시선이 많다.
남강은 그나마 낫다. 내수면 어업이 있는 하천이나 호수, 민물고기 양어장은 수달이 아예 불청객 취급을 받고 있다. 산청 덕천강의 한 민물고기 양식장의 경우 밤사이 침입한 수달 가족들 탓에 씨받이를 위해 기르던 잉어 어미 고기는 물론, 붕어 치어들이 모조리 죽는 피해를 봤다. 벌써 수년째 피해가 반복되고 있는데 피해액만 1억 원이 훌쩍 넘는다. 양식장 대표인 김진규 씨는 “수달 침입을 막으려고 철장도 치고 그물망도 쳐봤지만 소용없다. 특히 겨울에는 민물고기가 활동성이 떨어지고 강바닥에 숨어 먹이가 부족하다 보니 양식장 피해가 더 커진다. 벌써 겨울이 다가오는 게 무섭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내수면 어업도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그물을 치고 다음 날 건져보면 그물 곳곳이 찢어져 있고 물고기는 반토막 나 있다. 어민 장병윤 씨는 “피라미는 아예 씨가 말랐고 은어 등도 예전에 비하면 개체 수가 크게 줄었다. 그물을 쳐도 잡히지도 않고 수달이 뜯어 먹은 사체밖에 없다. 어민들로선 생계에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답답해했다.
사정이 이렇지만 수달이 천연기념물인 탓에 포획도 할 수 없고 피해 보상을 받을 길도 없다. 일각에서는 수달 보호에 앞서 현재 수달의 개체 수 실태조사와 어민 피해 예방을 위한 수달 서식지 확보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남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최근 수달 피해 신고가 이어지고 있다. 개체 수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가마우지 피해 사례가 많지만, 가마우지는 그나마 유해조수라서 대책은 세울 수 있지만 수달은 (지자체가)할 수 있는 게 없다. 환경부 차원의 논의와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