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한 시설이 있나”… 복합리조트 유치론 다시 ‘고개’ [글로벌 DNA 깨우자]
다시 여는 ‘북항시대’
글로벌 허브도시 중추적 인프라
랜드마크 부지 채울 콘텐츠 중요
돔 야구장·대관람차 등 거론돼도
복합리조트 경제 효과가 현실적
외국인 카지노에 관광 시설 결합
한국형 복합리조트 고려할 시점
국내 첫 항만 재개발 사업지인 부산항 북항은 ‘글로벌 허브도시’ 부산의 중심이다. 노후한 원도심을 부흥시켜 동서 개발 격차를 해소하고 지역의 미래 먹거리를 창출해야 하는 막중한 역할을 맡고 있다. 향후 광역급행철도(BuTX)가 연결되면 가덕신공항을 비롯해 부산역, 크루즈 터미널 등 육해공 모두 접근성이 개선된다. 기업과 청년 유출이 극심한 부산의 새 활력이 될 핵심 입지지만, 마땅한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는 등 좀처럼 추진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다시 떠오르는 ‘복합리조트’
북항 재개발의 핵심은 랜드마크 부지다. 북항 단일 사업 중 최대 규모(11만 3316㎡)인 데다 1단계 사업 정중앙에 위치해 있다. 부산 앞바다와 친수공원을 낀 ‘워터 프런트’로 세계적인 관광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법적으로 단독 주택, 공장 등 극히 일부만 제외하면 어떠한 개발 제한도 받지 않는다.
이에 지역에서는 랜드마크 부지 상부 시설을 두고 여러 아이디어가 제시됐다. 해변 돔 야구장이 대표적이다. ‘야도(야구의 도시)’ 부산에 걸맞은데다 부산역에서 도보로 접근할 수 있어 전국 야구팬을 끌어모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부산시는 재원 마련의 어려움으로 야구장 건설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땅값을 제외하고도 수천억 원이 필요한데 이를 감당할 곳이 없고, 비수기 때는 공동화 현상이 일어나 수익성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기에 사직야구장이 이미 재건축이 결정된 데다, 부산에 본적을 둔 롯데는 오페라하우스 건립에 이미 1000억 원을 기부한 상태다. 대관람차나 놀이공원, 공연장 등 다른 시설도 수익성 문제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복합리조트가 랜드마크 부지에 들어설 대안 중 하나로 부상한다. 복합리조트는 카지노를 포함해 숙박, 비즈니스 행사, 쇼핑, 여가 등의 기능을 모은 대규모 시설이다. 대표적으로 싱가포르의 ‘마리나 베이 샌즈’가 있다. 복합리조트는 카지노를 통해 큰 수익을 확보하고 대규모 공연장, 5성급 호텔 등 관광 시설로 집객 효과를 누린다. 마리나 베이 샌즈가 고용 창출 등 경제적 효과를 거두면서 세계 각국에서 복합리조트 유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행성 조장’ 기류 달라졌나
과거에는 카지노를 중심으로 사행성 조장이라는 부정적인 여론이 컸다. 하지만 올해 부산이 광역시 중 첫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되는 등 경기 침체와 인구 감소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지면서 복합리조트를 재조명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시는 2013년 처음 복합리조트 설립을 추진했다. 같은 해 정부가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인천 영종도에 외국인 카지노 복합리조트 설립을 허용하면서 자극을 받았다. 2015년에는 세계적인 카지노 그룹인 라스베이거스 샌즈그룹이 북항에 최대 5조 원 규모의 복합리조트를 짓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내국인 입장을 허용하는 ‘오픈 카지노’를 전제로 하자 사행성 조장 논란에 부딪혀 무산됐다. 이후 10년 가까이 복합리조트 논의는 수면 아래 가라앉았지만, 최근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 제정 움직임과 맞물려 “부산을 위해 북항에 뭐라도 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이미 복합리조트를 유치한 다른 국가가 상당한 경제 파급 효과를 보고 있다는 사실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018년 동의대 산학협력단은 북항에 복합리조트가 건설되면 1만 6000여 명의 고용 효과와 23조 5100억 원의 경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를 담당한 동의대 윤태환 호텔컨벤션경영학과 교수는 “복합리조트는 카지노 수익을 수단으로 활용해 호텔, 컨벤션 센터, 공연장 등 ‘논 게이밍’(카지노 외) 시설을 영리하게 갖출 수 있는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한국형 복합리조트 추진해야”
전문가들은 북항에 외국인 카지노와 관광 시설을 결합한 ‘한국형 복합리조트’를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 세계적인 복합리조트 유치 경쟁 속에서 ‘골든 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오픈 카지노 복합리조트가 추세인 해외와 달리, 국내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만 설립할 수 있다. 오픈 카지노보다 투자 유치 금액이 낮다는 단점이 있지만, 법 개정이 필요하지 않아 빠르게 추진이 가능하다.
현재 경제자유구역에는 외국인 투자액이 5억 달러(약 6724억 원)가 넘을 경우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설치할 수 있다.
시민 대상 여론조사와 전 세계 카지노 시장 분석 등을 통해 복합리조트가 지역에 미칠 득과 실을 재확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윤 교수는 “예전보다 각국의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고 상황도 많이 바뀌었다. 부산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한 시점인 만큼 현 상황을 파악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