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제 무제한”에도 의료계 묵묵부답…‘협의체’ 추석 전 출범 물 건너가나
한동훈 “의제 제한 없다”에도 의료계 호응 없어
여권 내 2025년 증원 논의, 박민수 경질 두고 이견 뚜렷
민주당은 대통령 사과 등 3대 조건 제시 여야 간극 여전
여권 의료계 일부 참여로 추석 전 협의체 구성 관측도
의정 갈등 해소를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가 의료계의 불참으로 일주일 가까이 난항을 겪고 있다. 당초 추석 연휴 전에 협의체를 출범시킨다는 여당의 구상도 현재로서는 어려워진 상황이다. 협의 의제를 놓고도 여야 간극이 여전한 데다, 여당 내부에도 온도 차가 있어 실제 협의체에서 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까지는 ‘산 넘어 산’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의료계는 정부의 회의적인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2025년 증원 백지화’를 고수하고 있다. 다만 협의체 참여 자체에 대해선 통일되거나 일관된 목소리를 내놓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은 의료계의 참여를 이끌어내 협의체를 출범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동훈 대표가 전날 내년도 의대 정원 문제는 물론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 경질’ 요구까지 협의체에서 다룰 수 있다고 한 것도 일단 의료계를 논의 구조에 끌어들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 대표 측근인 장동혁 최고위원은 11일 한 라디오에서 “일단 테이블에 앉자. 어떤 조건도 없이, 어떤 제한도 없이. 그래야 건강한 대화가 되고, 대화를 시작해야 문제가 풀린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의료계가 한 대표의 이런 제안에도 아직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데다, 당내에서도 박 차관 거취나 내년도 증원 문제를 협의체에서 다루는 데 대한 이견이 뚜렷하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두 사안 모두 협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당 관계자는 “의료계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의제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는 한 대표의 뜻은 이해하지만, 이미 수시모집이 시작된 만큼 협의체에서 내년도 증원 문제를 재논의하기는 어렵다”면서 “누가 봐도 할 수 없는 문제를 할 수 있는 것처럼 얘기해 놓으면, 협의체가 출범하더라도 논의가 더 꼬일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박 차관 거취에 대해서는 ‘인사 문제는 논외’라는 대통령실의 입장에도 의료계에 참여를 위해 그 정도의 ‘희생’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여권을 향해 의제 제한 없는 논의, 합리적 추계를 통한 2026년 정원 결정,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문책 등 3대 요구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어려운 상황이지만 당력을 총동원해 의료계 설득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한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각각 경남 양산 부산대병원과 서울 동작구 중앙대병원 응급실을 찾는 등 의료계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했다. 12일에는 한 대표 주재로 국회에서 긴급 고위당정협의회를 열어 추석 명절 대비 응급의료 대책을 논의한다. 당 일각에서는 의료 개혁 방향성에 공감하는 일부 의료단체 대표자들과 우선 참여시켜 추석 전 협의체 구성을 시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