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권자 63% "신인 해리스가 더 잘했다" 호평
10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대통령 후보 TV 토론 이후 현지에서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 후보로서 처음 나선 자리에서 선전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관련 기사 2면
미 CNN 방송이 여론조사 기관 SSRS에 의뢰한 여론조사에서 이날 토론을 지켜본 등록 유권자의 63%는 ‘해리스 부통령이 더 잘했다’고 답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더 잘했다’는 응답자는 37%에 그쳤다. 대선 토론에 관한 한 산전수전을 다 겪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로 해리스 부통령이 최소한 밀리지 않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이날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존에 해오던 주장들을 반복하며 상대를 공략했다. 다만 앞서 지난 6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인지력 저하 논란이 불거진 바이든-트럼프 토론 맞대결 때처럼 특정 후보의 실수나 열세가 두드러졌다고 보기는 어려웠다는 평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이 3번째 대선 참여이자 통산 7번째 대선후보 TV토론이다. 반면, 해리스 부통령은 대선후보 TV토론에 관한 한 '신인'이었다. 지난 7월 21일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도전 포기 선언 이후 교체 선수로 투입된 터였다. 토론 전에는 과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변칙적 공세와 노련미를 감당할 내공이 해리스 부통령에게 있을지 의문을 갖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아직 찍을 후보를 결정하지 않은 일부 무당파 유권자들 입장에서도 이번 토론을 그동안 충분히 보아온 트럼프보다는 해리스에 대해 평가할 기회로 간주하는 측면이 더 클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해리스 부통령은 시작부터 먼저 손을 내밀며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하며 기선을 제입했다. 이후 토론 과정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형사기소와 성폭력 의혹, 독재자와의 개인적 친밀함 등을 신랄하게 공격했다. 중앙 정치 무대로 뛰어들기 전까지 검사로 일했던 경력이 무색하지 않은 공격력이었다. ‘해리스가 승리하면 총기 전면 금지를 추진할 것’이라는 트럼프 전 대통령 주장에 해리스는 자신의 총기 보유 사실을 소개하며 “거짓말 좀 그만하라”고 몰아붙이기도 했다.
이번 TV 토론을 계기로 대선을 50여일 남긴 상황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다시 지지율 상승의 동력을 만들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6월 TV토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참패한 직후 트럼프 쪽으로 승기가 넘어간 듯했던 대선의 판세를 다시 박빙 구도로 돌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드라마틱한 피격 사건을 겪으며 사실상 대선 승리가 가까워진 분위기였지만, 이를 뒤집으며 민주당과 지지자들에게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그렇지만 최근엔 다시 지지율 상승세에 제동이 걸린 듯한 모습을 보이며 대선 판세가 요동칠 조짐을 내비치고 있었다. 실제로 뉴욕타임스(NYT)가 시에나 대학과 함께 지난 3∼6일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도는 47%로 트럼프 전 대통령(48%)에게 오차범위내 열세를 기록하며 해리스 캠프에는 위기감이 감돌았다. 결국 이번 토론에 대한 평가까지 반영할 향후 여론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자신의 상승세가 후보 교체에 따른 '반짝 장세'가 아니었음을 보여줄지 여부에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상대 전력을 확인한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이번 토론에서 보여줬듯 바이든 행정부의 불법 이민자 다수 입국 문제와 고물가 문제 등에서 해리스 부통령의 '연대책임'을 강조하며 공세의 날을 더욱 벼릴 것으로 관측된다.
두 후보간 2차 TV토론 성사 여부가 미지수인 가운데 변수는 남아 있다. 내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 금리 발표와 맞물려 대선 때까지의 단기적 미국 경제 상황이 현지 표심의 가장 큰 변수다. 꼬여가는 가자 전쟁 및 우크라이나 전쟁의 양상도 박빙 승부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번 TV토론에서 현재의 초박빙 대결세를 뒤엎을 '결정적 한 방'은 없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이지만 당장 오는 16일부터 펜실베이니아주를 비롯해 일부 주를 시작으로 본격 전개되는 사전투표 표심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