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거꾸로 간다] 뭘 위한 의정 갈등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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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희 사단법인 노인생활과학연구소 대표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바람의 소중함이 어느 때보다 귀하고 감사하다. 평생 경험해 보지 못했던 무더위와 해결되지 못한 우리 사회의 이념 대립을 지켜보며 무척 무더운 여름을 보낸 것 같다.

모든 일에는 각자의 입장과 견해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의정 갈등은 그 입장과 견해 차가 좁혀지지 않고 끝이 보이지 않는 늪으로 빠져들어 가는 듯하다. 어떠한 명분에서도 의료인이 의료현장을 떠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야 했다. 협상하고 타협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누군가의 진정한 설득으로 이뤄져야 했다. 시범사업도 있을 수 있고 단계적으로 추진할 수도 있었다. 이번 의정 갈등은 정부와 의료계의 힘의 대결이라는 느낌밖에 들지 않으니 안타깝다.

사태가 시작될 쯤 국제학회에서 먼저 이런 경험을 했던 타국 의사들이 고개를 흔들었다. 일어나면 안 될 파업이라는 뜻이었다. 촌각을 다투는 환자의 목숨이 담보되기 때문이다.

정부와 의사협회가 내놓는 각양각색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날이 갈수록 의정 갈등은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인가 답을 찾기가 힘들다. 그동안 열심히 기사도 읽고, 의료인과 정부의 견해도 이해하려 했다. 그러나 의료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지금의 현실을 보며 어느 쪽의 논리도 진정성이 없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대학병원은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곳이다. 아무리 작은 역할이라도 그 역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체계는 무너지게 되어 있다. 전문의가 자리를 지키지 않고, 과중한 업무에 의사들이 지쳐나가고 있다. 이유도 모르는 채 올바른 치료를 받지 못하고 핑퐁 당하는 환자, 위급해서 달려온 환자를 집으로 돌려보내고 검사일을 뒤로 미뤄 끝내는 병을 키우는 이 현실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 인술을 베푸는 의사가 사라지고, 국민의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는 정부를 국민은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까.

의사 증원이 급선무가 아니라 앞으로 증가할 노인 인구의 돌봄 인력을 늘릴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도 고민해 봐야 한다. 사회문제가 발생하면 언제나 가장 취약한 계층은 노인이 되기 쉽다. 이러한 사태에 노인은 진정한 치료를 받고 있는지 염려가 된다. 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우리의 문제를 눈감는 것은 비겁한 일이다.

최근 부고를 너무 자주 받는다. 장례를 끝내고 예배에 참석한 가족을 호명하는 수도 어느 때보다 많아지고 있다. 코로나도 극복하고 첨단과학 기술로 생명을 연장하는 대한민국이 아닌가! 의료진이 빨리 복귀할 수 있도록 정부도 귀를 열고 협상하기를 바란다. 더는 서러움으로 가득 찬 국민의 분노를 만들지 않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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