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산청 민영기 도예가, 일본 외무대신 표창

강성할 기자 sh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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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산청에서 도자기를 빚으며 한국과 일본 간 예술 교류의 길을 열어온 민영기 도예가가 일본외무대신 표창을 받았다.

주부산일본국총영사관은 20일 부산 수영구 총영사 관저에서 오스카 츠요시 총영사 주최로 외무대신표창 전달식을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주부산일본국총영사관 오스카 츠요시 총영사 내외·박한국 차장과 민영기 도예가·가족, 지인 등이 참석했다.

전달식은 외무대신표창 전달, 호소카와 전 일본 총리가 쓴 족자 ‘복해’ 전달과 오스카 츠요시 총영사의 인사말, 민영기 도예가의 소감 등으로 진행됐다.

오스카 츠요시 총영사는 “민 도예가는 저의 도자기 스승으로 30년 전 호소카와 전 총리와 민 도예가가 만나는 자리에도 함께한 특별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며 “민 도예가의 이도다완 작품들은 한일 관계의 역사이다”고 말했다.

민 도예가는 “오랫동안 일본 도예가와 교류하거나 일본 전시를 개최하며 예술로 교류한 점이 수상으로 이어진 것 같다. 감사드린다”며 “예술과 학문은 끝이 없다는 생각으로 앞으로도 끊임없는 예술적 실험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본 외무성은 올해 외무대신표창 수상자로 개인 186명, 단체 59개 기관 등 모두 245명(기관)을 발표했다. 일본 외무대신 표창은 국제무대에서 탁월한 업적을 남긴 개인이나 단체에 수여하는 상으로, 일본과 각국의 우호 친선 관계 증진에 현저한 공적이 있는 이들에게 수여된다.

국내 개인 수상자는 민영기 도예가와 경남 김해 출신으로 최근 주오사카 총영사로 임명된 진창수 전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등 2명이다. 단체로는 한국 일본어교사협회가 국내에서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민영기 도예가는 오랜 도예 활동을 통해 한일 양국 간의 가교가 돼 한일 양국의 도예 문화 발전과 도예가·문화인 교류 촉진에 기여한 공로로 수상자에 올랐다. 민영기 도예가의 이도다완(井戶茶碗)은 한일 양국의 전문가들이 높이 평가해 각국 박물관 등에 소장돼 있다.

이도다완은 16세기 조선 도공들이 빚어 수출하거나, 임진왜란 당시 일본으로 끌려간 도공들이 빚었던 막사발 형태의 분청사기로 일본에서 국보·보물로 인정되는 듯 귀하게 여겨지고 있다. 민 도예가는 이도다완을 현대식으로 새롭게 해석하고 빚어내는 작업을 오랜 세월 이어왔다.

그는 이미 한국과 일본에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일본의 제79대 총리를 지낸 호소카와 모리히로가 직접 도예를 배우기 위해 산청요를 4번이나 찾기도 했다.

민 도예가는 일본에서 도예에 입문했다. 1973년 문공부 추천으로 일본에 가 인간 국보에 오른 나카사토 무안 선생의 문하에서 도예를 시작했다. 이후 하야시야 세이조 전 도쿄국립박물관장의 배려로 조선시대 전래품으로 일본에서 국보급 대우를 받는 20여 점의 다완들을 직접 만져 보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그는 이미 한국과 일본에서 명성이 자자하다. 그가 만드는 찻사발은 이미 최고의 경지에 올랐다고 평가받는다. 그가 만든 사발이 국내외에서 최고의 찻그릇으로 극찬받는 이유는 전통 방식을 고집하며 우리 선조들의 혼이 깃든 사발을 만들기 위해 끊임 없이 정진해 왔기 때문이다.

1990년대 초 일본에서 조선시대 도공이 만든 찻그릇을 접한 뒤 5년 동안 하루에 300개가 넘는 찻그릇을 만들고 부수며 복원에 매달렸다. 그렇게 부활시킨 민영기 선생의 조선 찻사발은 명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민 도예가는 경남 산청읍 병정에서 태어났다. 1969년 동아대 원예학과를 졸업한 이후 1973년 당시 문화공보부 추천으로 우리나라 전통도자기 기술 환원이라는 목표로 일본에 국가 장학생으로 유학을 떠났다가 5년 뒤 귀국해 단성면 방목리에 터를 잡았다.

그는 이곳에서 우리 선조들이 만들어낸 일본 국보 이도다완을 400여 년 만에 완벽하게 재현, 국내보다 일본에서 더 알려졌다.

특히 정치인이며 도예가 취미인 호소카와 전 일본 총리와 인연도 깊다. 호소카와 전 총리는 2004년부터 민 도예가가 살고 있는 산청을 방문해 세 차례에 걸쳐 이틀 또는 사흘간을 머물며 민 도예가의 고려사발 제작법을 배우기도 했다.






강성할 기자 sh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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