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 vs 색… 색의 바다를 유영하다
김우진-미구엘 앙헬 2인전
28일까지 비트리갤러리
강렬한 색·선의 조화 눈길
보통 미술 작품을 보며 감탄할 때 어떤 요소에 빠지게 될까? 강렬한 색? 역동적인 선과 면? 특이한 질감? 모든 요소가 잘 어우러지면 제일 좋지 않겠느냐고 답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모든 요소를 다 잘하려다 정작 하나도 제대로 못 할 수도 있다. 작가가 아니라 학생들 그림 같다는 말을 듣는 경우가 이러하다. 물론 모든 요소가 아주 잘 어우러지는 게 완전히 불가능하지는 않다. 그런 작품을 걸작이라고 말하고 한 세기에 몇 점 나오지 않을 뿐이다.
예전 한 조사에 따르면, 제일 먼저 색에 반응하게 된다고 한다. 익숙한 색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굉장히 생소해서 눈길이 갈 수 있다. 확 튀는 선명한 색 혹은 강렬하게 시선을 사로잡는 색이 될 수도 있다. 색은 관람객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유용한 무기일 수 있지만 색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면 작품이 빠르게 싫증나거나 어지러워 보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색채의 마술사’라는 별명은 굉장히 뛰어난 대가, 작가들에게 바치는 찬사였다.
28일까지 부산 비트리갤러리에서 열리는 한국 김우진 작가와 스페인 미구엘 앙헹 작가의 2인전의 제목은 ‘사로잡은 색(captured colors)’이다. 제목에서부터 색에 대한 두 작가의 자부심이 느껴진다. 두 작가의 2인전을 기획한 정유선 비트리갤러리 대표는 “색채에서 느껴지는 신비로움 느낌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작가들이 제안한 유토피아를 상상해보길 바란다”라고 전한다.
김우진 작가는 30대 후반 또래의 조각가 중 가장 주목 받고 있다. 각 도시 랜드마크 격인 건물을 비롯해 고급 아파트의 앞 마당도 작가의 화려한 동물 조각을 자주 만난다. 백화점과 쇼핑몰의 이벤트에도 자주 설치돼 작가 이름은 몰라도 작가의 조각은 많은 이들에게 익숙할 정도이다.
김 작가는 학생 시절 플라스틱 의자로 동물 형태의 조각을 시작했다. 사육사가 꿈일 정도로 동물을 좋아했던 김 작가는 사육사가 되지 못했지만, 동물 조각을 통해 행복한 꿈을 꾸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기분이었다. 화려한 색의 플라스틱 의자는 전업 작가가 되며 스테인리스 조각들로 소재가 변했지만, 다른 조각가와는 확연히 다른 김우진표 조각을 제대로 드러냈다.
도면 없이 즉석으로 스테인리스 조각들을 이어 붙이며 동물 형태를 만들고 거기에 화려한 색을 칠한다. 아이들이 사용하는 크레파스나 색연필의 색감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작가의 말처럼, 다채로운 색을 사용해 아름다운 조화를 만들어내는 것은 작가의 내공이다.
작가의 동물 조각은 사실 어디에 설치해도 굉장히 튄다는 소리를 듣는다. 이런 이유로 김우진 작가와 2인전은 쉽사리 성사되지 못했다. 김 작가의 작품이 워낙 튀어서 다른 작가의 작품이 돋보이지 않을지 걱정스럽기 떄문이다.
그런데 비트리갤러리 정 대표는 김우진 작가에 맞설 색의 마법사를 데리고 왔다고 자랑했다. 실제로 갤러리에서 본 미구엘 앙헬의 회화는 김우진 작가의 동물 조각을 얌전하게 보이게 할 만큼 독특하고 강렬했다.
작가는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도시의 풍경을 그린다. 도시 풍경이라지만 실제 길과 건물, 사람을 그리는 것이 아니다. 도시를 가득 채운 건축물들을 알록달록한 색상에 들쑥날쑥한 높낮이로 기하학적인 이미지로 묘사한다. 마치 레고 블록 같기도 하고 항구에 가득 쌓인 컨테이너들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 같기도 하다.
앙헬 작가는 “무엇을 보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느끼느냐에 초점을 맞춘다. 내가 전하고자 하는 감성을 담기 위해 불필요한 대상을 제거하고 가장 매력을 느끼는 건축물만 그린다”라고 설명한다. 세계 여러 도시를 여행하고 잠깐씩 살며 그 도시만이 가진 감성과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한다는 뜻이다.
두 작가가 잡아낸 색은 작품에서 생생히 살아있다. 그래서 이 전시를 보고 나면, 왠지 에너지를 얻어가는 기분이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