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신창호 화백, 12년만에 대중과 만나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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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까지 미광화랑서 회고전
을숙도 등 부산의 풍경 그려
아들·손자도 미술작가로 활동

신창호 ‘을숙도의 흔적’. 미광화랑 제공 신창호 ‘을숙도의 흔적’. 미광화랑 제공

신창호 ‘하단’. 미광화랑 제공 신창호 ‘하단’. 미광화랑 제공

“어떤 해는 부산대 미대 합격생 거의 모두가 신창호 화백 제자였지. ‘이럴 수는 없다’ 싶어 입시 비리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었지. 그래서 합격생 수의 3배수 학생들을 다시 불러 재시험을 쳤어. 초유의 사건이었지. 사실 지금 시대 같아서는 재시험 친다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는데…. 명확하게 비리라는 증거가 나오지 않았으니까. 하여간 재시험을 쳐서 다시 합격생을 뽑았는데 역시나 앞서 선발된 신 작가 제자들이 거의 다 뽑힌거야. 뛰어난 학생들이 좋은 선생을 찾아 신 작가 작업실로 다 몰리기도 했고, 신 작가가 잘 가르치기도 했어.”

얼마 전 부산 원로 작가 모임을 갔다가 요즘 부산 수영구 미광화랑에서 진행 중인 신창호 회고전의 주인공 신창호 작가에 관한 일화를 들었다. 2003년 별세했지만, 부산을 비롯해 전국의 여러 작가가 이처럼 신 작가에 대한 각각의 추억을 가지고 있다. 신 작가는 화가로도, 화가 지망생을 가르친 선생으로도 활발히 활동하기도 했고, 현재 미술판에 전업 작가로 튼튼히 자리매김한 신홍직 작가의 아버지, 신홍직 작가의 아들이면서 얼굴 조각으로 유명한 신종훈 작가의 할아버지이기에 한국 미술계에서 드문 3대째 이어지는 작가 집안에 대한 인연들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는 2012년 대규모 유작전 이후 12년 만에 신창호 작가의 작품 수십 점이 공식적으로 대중과 만나는 기회이다. 부산의 자연을 유난히 사랑했던 작가로서 을숙도를 비롯해 명지 하단 기장 대변항 등 부산 경남 시민들에겐 익숙한 공간을 그린 풍경화들이 많다. 아들 신홍직 작가가 신 화백 별세 3일 전, 병원에 있는 모습을 그린 드로잉 작품과 손자인 신종훈 작가가 만든 얼굴 조각도 함께 볼 수 있다는 점도 의미있다. 또 부산일보 연재소설 ‘우리시대의 오감도’에 함께 들어간 삽화 원본과 신문 게재 본도 함께 전시돼 있어 매일 나오는 삽화지만 완성도 높은 작가의 그림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신창호 ‘만추의 을숙도’. 미광화랑 제공 신창호 ‘만추의 을숙도’. 미광화랑 제공

신창호 ‘자화상’. 미광화랑 제공 신창호 ‘자화상’. 미광화랑 제공

신창호 화백의 손자인 신종훈 작가가 2005년에 만들었던 조부상. 김효정 기자 신창호 화백의 손자인 신종훈 작가가 2005년에 만들었던 조부상. 김효정 기자

신창호 화백 아들인 신홍직 작가가 신 화백 별세 3일전 병원에서 그린 드로잉 작품. 김효정 기자 신창호 화백 아들인 신홍직 작가가 신 화백 별세 3일전 병원에서 그린 드로잉 작품. 김효정 기자

부산일보에 연재했던 소설 ‘우리시대의 오감도’에 신 화백이 그린 삽화들. 김효정 기자 부산일보에 연재했던 소설 ‘우리시대의 오감도’에 신 화백이 그린 삽화들. 김효정 기자

1928년 경북 대구시 달성군 출생인 신 작가는 경북대 법대에서 공부한 후 1962년 부산으로 왔다. 공식적으로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신 작가의 그림 솜씨는 워낙 유명했다. 순수한 사실 화풍으로 부산의 자연을 묘사했고, 부산 미술사에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 근대 작가로 알려져 있다. 1968년 신창호 미술 연구소를 열고 제자들을 열정적으로 길러낸 스승으로도 유명하다.

한겨레신문에서 만평을 그렸고 화가로도 유명한 박재동 작가와 신창호 화백의 인연은 익히 유명하다. 이번 회고전을 보기 위해 서울에서 내려온 박 작가는 스승에 대한 그리움을 직접 표현했다.

“1969년 내가 고1이었을 때 그림 실력이 뛰어난 화가가 있는데 문하생으로 남학생은 받지 않는다고 들었다. 굴하지 않고 친구들을 데리고 쳐들어가서 제자가 될 수 있었다. 당시 비 새는 화실을 열고 계셨지만, 나의 어려운 사정을 아시고 장학생으로 받아 주셨다. 선생님은 작품에 있어서는 스승과 제자가 아니라 적수라는 말로 격려해 주셨고, 자주 제자들을 데리고 을숙도로 스케치를 나갔다. 내 인생의 가장 행복했던 때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박 작가는 당시 야외 스케치를 가던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 이번 회고전을 준비 중인 미광화랑에 보냈다. 박 작가의 그 그림은 이번 전시 도록에 함께 실렸다. 전시는 28일까지 열린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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