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칫솔질, 미리 훈련시키면 한결 수월해요"
[댕댕이 치아 관리법]
2~3개월부터 칫솔 적응 훈련 필요
거즈로 이빨 문지른 후 간식 보상
칫솔질, 적당한 강도로 1일 1회 권장
바르는 치약 등 제품 사용도 한 방법
구취·잇몸 출혈·통증 증상 있다면
동물병원 내원해 구강검사 받아야
퇴근하고 돌아온 A 씨에게 반려견이 뽀뽀 세례를 퍼붓는다. 뽀뽀를 하려고 다가가니 어디선가 불결한 냄새가 난다. 냄새의 근원지는 반려견의 입이다. 치아는 오복(五福)에 꼽힐 정도로 건강한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반려동물도 마찬가지. 사람보다 치석이 생기기 쉬운 반려동물 역시 꾸준한 치아 관리가 필요하다. 충분한 영양 공급과 수의학의 발달로 '반려동물 20세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하지만 치아가 건강하지 못하면 남 얘기가 될 수도 있다.
■반려동물 치아 관리의 중요성
반려동물이 숨을 내쉴 때마다 구취가 나거나 갑자기 딱딱한 사료나 간식을 잘 먹지 못한다면 치아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반려동물은 충치가 잘 생기지 않는다. 충치의 원인 중 하나가 침에서 나오는 산성 성분 때문인데, 반려동물의 침은 알칼리성을 띠고 있어 충치가 생기지 않는다. 그러나 치석은 사람보다 쉽게 쌓여 다양한 치아 질환에 노출될 수 있다.
반려동물 입 냄새 원인은 다양하나 가장 대표적인 것이 치주염이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음식을 섭취한 뒤 칫솔질(양치질)을 하지 않으면 치아 사이에 낀 음식물 찌꺼기에 세균이 증식하고 치아 표면에 치태를 형성한다. 치태가 석회화돼 돌처럼 굳어진 것이 치석이다. 그렇게 쌓인 치석이 잇몸과 치아, 치아 주변에 염증을 일으켜 치주염이 생기게 된다. 치주염은 구취뿐만 아니라 통증도 유발해 반려동물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또한 구강 내 세균이 다른 장기로 옮겨가면 심장질환 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큰마음동물메디컬센터 이시은 외과과장은 "식사량이 줄고 입 주변을 만지지 못하게 하는 등의 증상을 보이거나 구강검진과 스케일링을 한 차례도 받지 않았다면 병원에 내원해 검진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반려동물에게서 입 냄새나 잇몸 출혈이 생기거나 음식물을 씹을 때 불편함을 느끼는 것처럼 보인다면 동물병원에 내원해 구강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치아 상태에 따라 스케일링, 발치 등의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이시은 외과과장은 "반려동물은 마취 없이 구강 내 검사와 스케일링이 힘들기 때문에 치아 치료는 전신마취 후에 이루어 진다"며 "전신마취 후 구강 안을 면밀히 검사하고 각 치아의 상태에 따라 스케일링뿐만 아니라 발치나 근관 치료 등의 적절한 치료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건강한 치아 관리 방법
치아 질환으로 인한 동물병원 방문을 최대한 늦추는 방법이 있다. 바로 칫솔질이다. 대부분의 반려동물은 칫솔질에 거부감을 보인다. 칫솔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서는 반려동물 생후 2~3개월 때부터 적응 훈련을 시키는 것이 좋다.
먼저 입안에 손을 넣고 치아를 문지르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지 않도록 거즈 등으로 이빨을 문질러주고 간식이나 칭찬을 통해 적절한 보상을 해준다. 그 후에 영구치가 자라나면 칫솔질을 시작한다. 처음부터 안쪽 어금니까지 닦아 주려 애쓰지 말고 칫솔질이 익숙해지도록 기호성 좋은 반려동물 전용 치약을 이용해 양치질에 익숙하게 만드는 것이 좋다.
간혹 칫솔질을 하면 칫솔에 피가 묻어 나오기도 하는데, 이럴 경우 잇몸이나 치주에 염증이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 이때는 동물병원에 내원해 구강상태를 점검하고 그에 맞는 치료가 필요하다.
이시은 외과과장은 "칫솔질은 하루 한 번을 권장하지만 일주일에 2~3번도 좋다"며 "칫솔질은 잇몸이 상할 정도로 너무 강하지는 않게, 하지만 치아 사이 찌꺼기들을 제거할 수 있도록 적당한 강도로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만약 반려동물이 칫솔질을 너무 싫어해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치아에 바르는 치약이나 마시는 치약 등 치석 제거에 도움을 주는 제품을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이시은 외과과장은 "치석 제거 제품이나 칫솔질만으로 모든 치태를 제거하는 것은 힘들기 때문에, 칫솔질을 하더라도 1~2년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검사하는 것이 권장된다"고 말했다.
도움말=큰마음동물메디컬센터 이시은 외과과장
김수빈 부산닷컴 기자 suvel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