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사용량 급증…‘누진요금 기준’ 현실 맞게 조정 필요성
평균 가정도 '불이익' 최고구간 속속 진입
"전기 절약 유도 효과 작다" 분석도
정치권서 ‘누진구간 조정 논의’ 제기
최근 가정에서 냉방 수요가 크게 늘면서 ‘냉방비 폭탄’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2018년부터 7년째 유지되고 있는 일반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 구간을 현실에 맞게 조정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18일 한국전력(한전)에 따르면 현재 누진제 전기요금은 주택용에만 적용되고 있다.
현재 적용 중인 7∼8월 주택용 전력 요금 체계는 '300kWh(킬로와트시) 이하'(1kWh당 120원), '300kWh 초과 450kWh 이하'(214.6원), '450kWh 초과'(307.3원)의 3단계로 구간을 나눠 위로 갈수록 요금을 무겁게 메기는 구조다. 기본요금도 300kWh 이하일 땐 910원으로 가장 낮지만, 300kWh를 넘으면 1600원으로 오른다. 450kWh를 초과하면 7300원이 적용된다.
즉, 여름철 가정용 전기요금은 300kWh, 450kWh 선을 넘는지에 따라서 부담이 달라지는 구조다. 1단계에서 2단계로 올라가거나, 2단계에서 최고 구간인 3단계로 올라가게 되면 전기 사용량 증가보다 전기요금 인상 폭이 한층 가팔라진다.
문제는 경제력 향상에 따른 냉방 수요 증가, 전자제품 사용 확대 등 구조적인 경제·사회적 변화로 일반 가정의 전기 사용량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전기 사용량이 과거 '과소비 문턱'으로 여겨진 300kWh, 450kWh를 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최고 구간 진입 문턱인 월 450kWh의 전기 사용량을 '과소비'로 보기도 어렵게 됐다.
2020년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수행한 에너지총조사에 따르면 4인 가구의 7∼8월 월 평균 전기 사용량은 427kWh이다. 2023년 에너지총조사 결과가 아직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평균 4인 가구 전기 사용량은 이미 500kWh에 가까워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전 통계로는 올해 8월, 가구 평균 전기 사용량은 2020년 8월 대비 약 31% 증가했다. 이런 증가율을 2020년 에너지총조사 결과에 대입하면 올해 8월 4인가구 평균 전기 사용량이 누진제 최고 구간에 진입해 500kWh를 훌쩍 넘어섰을 것이라는 추산도 가능하다.
따라서 일반 가정의 전기요금 부담을 낮추기 위해 누진 구간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누진 요금제가 정책 의도와 달리 이제 수요를 억제하는 효과가 작다는 학계의 분석도 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