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 핵시설 공개·미사일 발사, 긴장 고조 철저한 대비를
“핵보유국 지위 인정받으려는 포석”
국민 안전에 정부·정치권 한몸 돼야
북한이 18일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여러 발 발사했다. 그냥 시도해 보는 단발성 무력시위가 아니다. 북한은 앞서 지난 12일에도 단거리 탄도미사일인 초대형 방사포를 통해 동시 다발 타격 능력을 과시했다. 13일엔 핵탄두를 만드는 데 쓰이는 고농축 우라늄 제조 시설까지 처음으로 공개했다. 하나의 흐름이 뚜렷이 읽힌다. 북한은 평소 자신들이 핵탄두 제조 능력과 함께 이를 실전에 사용할 탄도미사일 발사 기술까지 갖췄다고 주장해 왔다. 이번 일련의 도발은 북한이 그런 사실을 국제사회에 공표한 것에 다름 아니다. 치밀한 계획 아래 벌어지는 북한의 핵도발인데, 그만큼 국민의 불안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북한의 도발이 오는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선을 의식한 행동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팽팽한 선거 국면에서 무력시위를 통해 존재감을 과시하며 몸값을 올릴 기회로 삼으려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몸값은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말한다. 북한은 과거 6차례 핵실험을 감행했지만 국제사회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미국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인데, 북한이 우라늄 농축 시설을 공개하는 등 도발을 통해 미국 차기 행정부에 핵보유국 인정을 압박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선 북한의 7차 핵실험까지 예고하고 있어 한반도의 긴장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이런 형편에 특히 주목되는 건 북러 관계다. 올해 6월 북한과 러시아는 ‘어느 일방이 무력침공을 받는 경우 군사적 원조를 제공한다’는 취지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해 사실상 냉전 시절의 군사동맹을 복원했다. 최근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예방하고,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만나는 등 양측의 밀착 관계가 유달리 눈에 띈다. 조만간 두 나라 정상 간 회담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양국의 이런 행보는 북한 핵전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해 우리 안보에 실질적 위협으로 다가온다.
국민 생존을 위협하는 북한의 도발을 우리로선 절대 용납할 수 없다. 하지만 “압도적 대응” “담대한 구상” 등 입으로 하는 엄포로는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는다. 북한의 핵위협을 억지할 정밀한 대책을 마련하는 데 한 치의 빈틈이 없어야 한다. 한미동맹의 건실한 기조를 유지하는 한편 러시아나 중국과의 균형외교도 놓지 말아야 한다. 동족의 개념에서 점점 멀어지려는 북한과의 대화 노력도 필수다. 정치권의 모습도 달라져야 한다. 북한 핵위협에 전 정권 탓을 하거나 침묵하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민 안전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는 없다. 우리 안보는 결국 우리가 책임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