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F 전 연설자 제러미 리프킨 "기후변화로 신유목민 시대 도래”
‘플래닛 아쿠아’ 새 저서 출간
"1도 상승하면 10억 명 이주”
재생 가능 에너지 사용 강조
지난해 세계해양포럼(WOF)의 기조연설자로 나섰던 세계적인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이 새 저서를 통해 기후변화 대응의 핵심은 ‘물’에 있음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리프킨은 최근 출간한 ‘플래닛 아쿠아(사진)’에서 지난 6000년간 유지되어 온 인류의 수력 문명이 한계에 도달했다고 주장했다. 그간 인류는 댐과 저수지, 제방을 통해 물을 통제해 왔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물 부족, 홍수, 가뭄에 더 이상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리프킨은 “지구 온도가 1도 상승할 때마다 10억 명의 사람들이 이주할 것이며 대규모 이주 시대는 이미 시작되었다”고 경고했다. 그는 특히 중앙아메리카와 중동의 인구가 북미와 유럽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2050년까지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생태적 위협이 높은 지역에 살게 될 것이며 이주와 재정착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게 그의 지적이다.
이러한 분석은 리프킨이 지난해 부산에서 열린 제17회 세계해양포럼 기조연설에서 강조한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당시 리프킨은 지구 온난화가 기존 시스템과 인프라를 붕괴시키고 있으며, 기후변화로 인한 극단적인 기상이변이 물순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온도 상승으로 인한 홍수, 폭설, 가뭄 등의 현상이 물과 직결되어 있음을 지적하며 이러한 물 위기가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리프킨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생태주의’를 제안했다. 이는 물을 생태계의 중심에 두고 관리하는 방식으로, 경제적 성장보다는 생태 지속 가능성을 우선시하는 접근이다. 리프킨은 또한 재생할 수 있는 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며, 기존 산업 시대의 원칙으로는 현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리프킨은 “앞으로 20년 내로 아열대 지역의 인구가 북극, 캐나다, 러시아 등으로 이동하는 ‘신유목민’ 시대가 도래한다"면서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이동식 주택이 ‘팝업 도시’ 형태로 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자본주의 시스템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인류는 더욱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경고도 덧붙였다.
제러미 리프킨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스쿨의 최고경영자과정 교수로 재직하며 〈육식의 종말〉 〈소유의 종말〉 〈노동의 종말〉 등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를 펴냈다. 현재 그는 자신이 설립한 미국 경제동향연구재단(FOET)의 이사장으로 활동 중이다. 한편 제18회 세계해양포럼이 오는 24일부터 사흘간 부산롯데호텔에서 개최된다. 유네스코 미치다 유타카 IOC 의장과 퓨리오사AI 백준호 대표가 기조연설을 맡는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