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설사 경증 환자 거부 시 처벌 안 해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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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정당한 진료 거부 지침 마련
폭력·협박·인력 부족 등도 해당

추석 연휴인 18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응급의료센터에서 내원객들이 응급실 진료 지연 안내문을 지나치고 있다. 연합뉴스 추석 연휴인 18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응급의료센터에서 내원객들이 응급실 진료 지연 안내문을 지나치고 있다. 연합뉴스

앞으로 응급의료기관에서 감기나 설사 같은 경증·비응급 상황의 환자를 받지 않거나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진료를 거부해도 의료진은 책임을 면할 수 있게 됐다.

보건복지부는 ‘응급의료법상 진료 거부의 정당한 사유 지침 안내’ 공문을 최근 전국 17개 시도와 대한병원협회, 대한의사협회, 대한간호사협회 등에 보냈다. 응급의료법 제6조는 응급의료 종사자가 업무 중에 응급의료를 요청받거나 응급 환자를 발견했을 때 곧바로 의료행위를 하도록 하는데, 복지부는 이 지침을 통해 정당한 진료 거부 사례를 명시했다.

복지부는 우선 한국형 중증도 분류체계(KTAS) 4~5급에 해당하는 경증·비응급 환자를 응급실에서 수용하지 않더라도 의료진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KTAS 4급은 준응급, 5급은 비응급 환자다. 4급에는 착란(정신장애)이나 요로 감염, 5급에는 감기나 장염, 설사 등이 대표 증상으로 꼽힌다. 이들을 받지 않더라도 의료진이 책임지지 않도록 한 것은 응급실 의료진이 본연의 목적에 맞게 중증 환자에게 집중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복지부는 또 응급실에서 폭력이 발생하거나 그럴 우려가 있는 경우를 정당한 진료 거부·기피 사유로 규정했다. 여기에는 응급의료 종사자에 대한 폭행이나 협박, 위계, 위력 혹은 의료용 시설·기물의 손괴 등이 해당한다. 환자나 보호자가 모욕죄나 명예훼손죄, 폭행죄, 업무방해죄에 해당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의료인이 정상적인 의료행위를 하지 못하게 된 경우에도 진료를 거부할 수 있게 했다.

복지부는 응급의료기관의 인력이나 시설, 장비가 부족해 적절한 응급의료 행위를 할 수 없는 경우, 통신·전력 마비나 화재 등 재난 때문에 환자를 수용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정당한 진료 거부로 판단했다. 의료법상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거부한 의료진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그러나 응급의료법에서는 같은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적용돼 벌칙이 더 무겁다.

정통령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이번 지침의 목적은 폭행이나 부적절한 진료 요구로부터 의료진을 보호하고, 필요한 진료를 즉시 받을 수 있게 하여 응급환자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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