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왜 소설 속 살인은 늘 폭풍 속 산장에서 일어날까?
너는 미스터리가 읽고 싶다 / 김희선
<너는 미스터리가 읽고 싶다>. 책 제목만으로도, 저자가 미스터리를 제대로 알고 있구나, 느껴진다. 보통, 책 제목이라면 <‘나’는 미스터리가 읽고 싶다> 정도가 정상이다. 그러면 나 같은 사람이 그 제목을 보고 ‘아, 나도 미스터리 좋아하는데…’라는 공감에 책을 펼치게 된다. 그런데 책 제목이 <‘너’는 미스터리가 읽고 싶다>이다. 제목을 본 순간, 공감이 아니라 의문이 생긴다. ‘아니, 어떻게 알았지?’ 혹은 ‘왜 그렇게 단정하지?’ 그 의문을 풀기 위해 책을 읽지 않을 수 없다. 앞선 동기보다 수 배는 강렬하다. 이것이 미스터리의 본질이다.
책은 저자가 사랑하는 미스터리 책 18권을 소개한다. 저자는 스릴러와 환상, 추리물을 종횡무진 넘나들며 자신만의 독특한 소설 세계를 구축한 소설가다. 그리고 나는 권위에 약한 인간이다. 그러니 이처럼 강렬한 포스를 내뿜는 저자가 사랑한 18권의 비서(秘書)라면, 이또한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마치 셀럽이 어떤 브랜드를 최애하는지, 그(혹은 그녀)의 옷장을 엿보고 싶은 심리와 매한가지다.
하지만 저자의 최애 18권 리스트를 여기에서 소개하지는 않겠다. 정작 저자의 책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18권부터 찾을 것 같은 노파심 때문이다. 18권의 리스트에 대한 정보와 별개로, 책은 그 이상을 이야기한다. 책은 18권뿐 아니라 다양한 미스터리 작품들을 통해 미스터리 장르가 갖춰야 할 요소, 여러 유형(하위 장르) 등 미스터리 전반에 대한 소소한 상식을 적절하게 소개한다. 영어회화책인 것 같으면서도 영어문법책 같기도 한, 그런 느낌이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의 확장이 흥미롭다. 가끔은 이야기의 배가 산으로 너무 올라가는 바람에 조금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그 또한 신나게 이야기하는 저자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된다. 김희선 지음/민음사/232쪽/1만 7000원.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