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민간인 첫 우주유영
우주유영(spacewalk)은 우주비행사가 우주선 밖으로 나와 우주 공간을 떠다니는 것을 말한다. 인류는 1965년 3월 18일 우주유영에 성공했다. 이날 옛 소련의 우주비행사 알렉세이 레오노프가 세계 최초로 우주유영을 수행하며, 우주선과 연결된 짧은 줄에 의지해 약 10분간 우주를 떠다녔다. 같은 해 6월 3일에는 에드워드 화이트가 미국인 최초로 우주유영을 했다.
1984년 7월 25일에는 옛 소련의 스베틀라나 사비츠카야가 여성 최초로 우주유영에 성공한다. 지금까지 가장 많은 우주유영을 한 우주비행사는 러시아의 아나톨리 솔로비예프로, 16차례 우주유영에서 82시간 이상을 우주에서 보냈다.
우주탐사에 있어 우주유영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그만큼 위험도 따른다. 우주유영을 수행하는 우주비행사는 극한의 온도, 방사선, 소행성 등 우주의 혹독한 환경에 노출된다. 한 러시아 우주인은 우주유영을 “구멍 뚫린 북극 얼음판 아래 물속 유영과도 같은 위험한 짓”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그래서 로봇 팔이나 안전줄, 혹은 로켓추진장치를 이용한 기동장치 등을 이용해 이런 위험에 대비한다. 우주비행사들이 우주유영에 나서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이들은 우주 공간에서 인간에게 미치는 다양한 영향을 연구하는 과학적 실험은 물론이고 새로운 장비들에 대한 테스트, 위성과 우주선의 고장 난 부분을 수리하는 일 등을 수행한다.
최근 미국 기업 스페이스X는 민간인 우주유영 프로젝트 ‘폴라리스 던’(Polaris Dawn)을 이끄는 재러드 아이작먼과 세라 길리스가 우주유영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는 세계 최초 우주유영 이후, 약 60년 만에 민간인이 처음으로 우주유영에 성공한 사례다. 그동안 모든 우주유영은 정부기관 소속 우주비행사들에 의해 수행됐다. 아이작먼은 우주선을 벗어나 10분 남짓 우주 공간을 떠다닌 뒤 우주선으로 돌아왔다.
이번 임무 성공은 향후 민간 주도의 우주 산업과 우주 관광 범위가 우주유영까지 확대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또한 국내 항공우주 산업의 현주소를 되돌아보게 한다. 우리나라는 실용급 위성을 발사하는 능력을 갖춘 일곱 번째 국가지만, 민간 주도로의 전환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는 세계적 흐름에는 한참 뒤처져 있는 상황이다. 우주여행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데, 그저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게 우리 형편이다. 폴라리스 던의 성공이 우리나라 우주 개발에 자극제가 되길 바란다.
정달식 논설위원 dosol@
정달식 논설위원 dos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