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부산 시민이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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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현도 중소기업중앙회 부산울산중소기업회장·부산글로벌허브도시 범시민추진협의회 상임공동대표

며칠 전 미국 출장 중 택시를 탔다. 차내의 침묵을 깨고 기사분이 “어디에서 왔냐”고 물었다. 나는 “대한민국, 부산에서 왔다”고 답했다. 택시기사는 “서울은 아는데 부산은 처음 들어 본다”고 했다. 나는 이참에 부산을 알려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목적지로 이동하는 내내 부산에 대해 소개했다. 부산은 한국전쟁 당시 대한민국의 임시 수도였으며, 미국으로부터의 전쟁물자가 부산을 통해 들어왔고, 현재는 세계 2위 환적항이자 세계 최고의 해양·항만도시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삼성과 LG 등 글로벌 기업들이 희망의 씨앗을 뿌리기 시작했던 곳도 바로 부산이였으며, 현재는 대한민국 제2의 도시라고 말했다. 목적지에 도착하여 택시기사에게 설명에 대한 감사 인사를 받으며 내렸지만, 당연하게 받아들여 온 부산이 제2의 도시라는 사실이 이제는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복잡했다.

올해 인천시 주민등록인구가 전국 광역시 가운데 3번째로 300만을 넘어섰다. 부산은 3년 만에 340만에서 330만으로 감소하였고, 지금은 328만으로 더 줄어들었다. 반면 인천은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인천이 곧 제2의 도시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인구는 지역 생산·소비를 결정짓는 도시 경쟁력을 평가하는 지표 중 하나이면서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도시에 있어 ‘인구’는 해당 도시의 ‘힘’이 된다.인구가 많다는 것은 일자리가 많다는 것이고 그만큼 소비를 할 테니 유통, 생산 등 산업 분야 전반이 잘 돌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지속 가능한 도시를 의미하기도 한다.

그럼 부산은 인구가 감소하고, 경제의 어려움이 깊어지는 이유는 뭘까? 필자는 산업구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 근대화 초기부터 부산의 전략산업은 노동집약적 경공업 위주였는데, 이들 업종 대부분이 경쟁력과 고용 창출 능력이 낮아서 부산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견인하지 못했다. 이후 1980년대 중반 산업구조 전환기에는 중공업에 유리한 지리적 여건을 활용하지 못하고 서비스업 중심의 3차 산업으로 산업구조 고도화가 이루어졌다. 이마저도 지식 기반 서비스업의 비중은 작고, 영세 규모의 도·소매업이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미래 전략산업으로 탈바꿈할 원동력이 부족했다.

그렇다면 부산은 어떻게 하면 변화할 수 있을까? 필자는 부산을 국제적 경쟁력을 가진 글로벌 허브 도시 조성이 해답이라고 생각한다. 국내외 기업이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글로벌 허브 도시가 조성되면 기업이 모여 국제 교류가 이뤄지고 비즈니스, 문화, 기술의 중심지가 될 수 있으며, 물류·금융·첨단산업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산업 생태계로 전환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좋은 기업과 일자리가 들어오면 인구 감소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글로벌 허브 도시 조성이 부산 발전에만 국한되지 않고 부산을 거점으로 남부권 전체의 발전 동력을 확보해 수도권과 양 날개로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발전 토대를 구축할 수 있다.

그러면 글로벌 허브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규제 혁신과 세제 감면 등 파격적인 특례가 부여 돼야 하는데, 이런 여건을 만들기 위해서 ‘부산 글로벌 허브도시 조성 특별법’이 하루빨리 제정되어야 한다. 특별법은 22대 국회 개원 직후 부산 지역 국회의원 18명이 공동으로 참여해 여야 1호 법안으로 발의됐고, 중앙 부처 협의도 완료되었다. 이제 특별법 제정을 위한 부산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와 단합만 남은 상황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 27일 ‘부산글로벌허브도시 범시민추진협의회’가 출범했고, 부산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 입법 촉구 100만 명 서명운동에 돌입했으며, 향후 범시민 궐기대회, 국회 방문 시민 결의대회 등을 통해 부산 시민의 목소리를 전달할 계획이다.

부산은 대전환의 기회를 맞았다. ‘부산 글로벌 허브도시 조성 특별법’을 조속히 통과시켜 대한민국 제2의 도시로서 자리를 지키고, 부산 시민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부산 경제와 산업의 부흥을 이끌 수 있도록 부산시민 모두가 힘을 모아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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