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벤처투자 ‘활활’… 수도권 자본이 몰려온다
올해 상반기 투자액 1075억 원
지난해 전체 1241억 원의 86%
고도화 산업 등 민간 투자 유치
5년간 1조대 정책금융도 한몫
지역 창업 생태계 활성화 기대
대내외 악재로 장기간 더딘 성장을 보이던 부산 창업 생태계가 다시 활기를 띠며 살아나고 있다. 민간 투자 자본에 더해 부산시 주도의 정책금융 자본까지 스타트업 시장으로 유입되면서, 부산이 글로벌 창업 도시로 도약할 모멘텀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기술창업·딥테크 등 기술 고도화 산업은 물론 부산 지역색이 뚜렷한 F&B(식음료) 업체의 연이은 투자 유치 소식도 이런 흐름을 반영한다.
19일 중소벤처기업부 벤처투자종합포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부산지역 벤처투자 실적은 1075억 원으로, 이미 지난해 투자액의 86%만큼 달성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전체 투자 실적 1241억 원의 86.6%를 6개월 만에 유치한 것으로, 하반기까지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2000억 원이 넘는 역대급 투자 실적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지난 5년간 부산지역 벤처투자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는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2020년 부산벤처투자 실적은 1189억 원, 2021년은 1228억 원, 2022년은 1370억 원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 자금은 벤처투자사들이 직접 투자하는 것으로, 공공기관의 지원과 투자는 제외한 것이다. 지역 한 투자사 관계자는 “수도권 투자자들이 지역으로 눈을 돌리는 상황”이라며 “창업 투자 생태계의 활성화에 따라 투자사 간 경쟁이 이뤄지면서 투자의 불씨가 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에선 쉽지 않은 고도 기술 분야의 투자 유치 성과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부산테크노파크 입주 기업이자 대표 기술창업 기업인 초소형 인공위성 개발업체 ‘나라스페이스’는 지난 6월 2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산업은행, BNK벤처투자 등 기존 투자자에 더해 삼성증권, 신한벤처투자, JB우리캐피탈 등이 신규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에 따라 나라스페이스의 유치 투자 누적액은 355억 원에 달한다. 나라스페이스는 지난해 11월 국내 최초 상업용 초소형 지구관측 위성 ‘옵저버 1A호’ 발사에 성공했다. 나라스페이스 박재필 대표는 “기술력이 담보된 기업 위주로 투자 환경이 나아지고 있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며 “이번 투자금은 군집 운용을 위한 위성 양산 등 사업 고도화에 쓰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나라스페이스는 올 연말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부산시 주도의 정책금융 확대도 지역 창업 생태계를 활성화하는데 큰 보탬이 되고 있다. 시는 2000년부터 2024년까지 1조 2265억 원 상당의 67개 펀드를 조성했다. 특히 2021년부터 2024년까지 펀드 조성 규모는 7093억 원으로, 최근으로 올수록 펀드 규모가 커지고 있다. 시는 현재 진행 중인 2580억 원 규모의 부산미래성장벤처펀드를 포함해 내년부터 2028년까지 4년간 8735억 원의 추가 펀드 조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시 펀드 조성액은 2000년 이후 연평균 24%씩 증가하고 있다. 이렇게 조성된 펀드는 대부분 지역 기업에 투자되고, 특히 초기 자본이 필요한 스타트업에게 집중된다.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 김용우 센터장은 “시 주도 펀드 조성으로 한 정책금융의 확대, 글로벌 창업허브 부산 조성, 부산창업청 설립 등 인프라 확대로 창업 생태계가 성장하고 있다”며 “이를 토대로 수도권에 있는 대형 투자사와 지역의 스타트업들이 연결되는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